원전 생태계 복원 기대 속 체코 이의제기 수용…업계 우려↑
웨스팅하우스·EDF, 입찰 당시 이의제기할 수 없도록 논의
한수원 "예비조치명령과 관계 없이 내년 3월 목표로 협상"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체코 반독점 당국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의 이의제기를 수용하며 원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진행하던 계약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당장 체코 원전 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체코 경쟁보호청은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제기한 이의제기에 대한 절차상 예비조치에 나섰다.
체코 경쟁보호청이 이의제기에 대한 절차를 개시하면서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신한울 원전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원전 생태계 복원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히며 원전 업계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다만 우려와는 달리 체코 경쟁보호청의 예비조치가 체코 원전 수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해진다.
체코 경쟁보호청은 "이들의 이의 제기를 평가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지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체코전력공사(CEZ)는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부터 관련 법률을 준수했다고 확신한다"며 "당국의 이번 조치가 입찰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초 체코 정부와 사업자들은 이와 같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사전에 논의를 거쳤다.
루카스 블체크(Lukáš Vlček)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30일(현지시각) "CEZ는 이미 2020년에 경쟁보호청과 공급업체 선정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며 "모든 입찰 참가자는 입찰 조건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CEZ가 안전상의 이유로 입찰 진행 규정에 이의제기할 수 없도록 예외를 두기로 체코 경쟁보호청과 논의했다.
웨스팅하우스와 EDF 역시 입찰시 이를 수용했지만 우선협상대상에서 탈락하자 논의를 무시하고 이의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체코 경쟁보호청에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이의제기를 각각 냈다.
이에 곧바로 CEZ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체코 경쟁보호청이 예비조치에 나선다고 해도, 체코 원전 수주 계약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한수원은 추진 중인 계약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과 발주사 간의 계약협상은 체코 경쟁보호청의 예비조치명령과 관련없이 기존에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효력이 크지 않은 이의제기를 통해 발목잡기에 나선 것을 두고 '경쟁자 흠집 내기'라는 분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 수출이 가능한 나라는 6개국뿐이다. 중수로 노형을 수출하는 캐나다를 제외하면 한국·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만이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
글로벌 패권 측면에서 중국·러시아를 제외하면, 결국 한국·미국·프랑스 3파전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번 체코 입찰에 뛰어든 사업자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였다.
지난 1월 체코 정부가 1기에서 4기로 입찰 조건을 바꾸며 웨스팅하우스가 중도 탈락했다. 이후 7월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2개 호기 건설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며 EDF가 떨어졌다.
이에 곧바로 웨스팅하우스와 EDF는 체코 경쟁보호청에 이의제기를 각각 신청한 것이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두코바니-테믈린 지역에 최대 4기의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로, 우선 두코바니에 2기 건설을 확정하고 테믈린 지역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할지는 5년 이내 결정된다.
체코 당국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이번 웨스팅하우스와 EDF의 이의제기가 해프닝에 그친다면 내년 3월께 최종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