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혐의
1·2심 벌금 1000만원…"사실 확인 미비"
대법, 무죄 취지 파기…"의견 표명 해당"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겨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이학수 정읍시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이에 다라 이 시장은 당선무표 위기를 모면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이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이 시장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TV·라디오 토론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자인 김민영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이 시장은 '김 후보가 구절초테마공원 인근의 임야와 밭 16만7081㎡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카드뉴스를 언론 등 다수에게 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피고인 측의 당시 의혹 제기가 허위사실에 해당되며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가 미비했다"며 벌금 10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것은 더욱 엄격히 이뤄져야 함에도 제보와 소문에 의지해 확인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마치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시장이 제기한 의혹들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닌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제 된 표현들이 전체적으로 '의견의 표명'에 해당한다"며 "진실에 반하거나 과장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TV토론회 발언은 김 후보의 국가정원 승격공약이나 정읍시장 직 수행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체적인 취지는 '현재 구절초공원 인근에 대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김 후보가 사익 추구를 목적으로 국가정원 승격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토지매입 관련해 "김 후보가 산림조합장 취임 후에 취득한 합계 16만7081㎡의 토지 중 12만6942㎡의 취득원인이 '증여'인 점 등에 비추어 진실에 반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허위사실이 공표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허위로 인정되는 12만6942㎡ 토지의 취득원인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인용해 "후보자가 정책공약이나 이를 비판·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에 포함된 일부 표현을 근거로 그 전체적인 취지나 맥락에서 벗어나 사후적인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의 공정이라는 목적에 비춰 보더라도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봉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에 따라, 선거과정에서 상대 후보자의 정책공약을 비판·검증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의 의미를 세심하게 살핀 후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을 부정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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