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위원장, 회계의날 기념 업계와 간담회
중견·중소기업, 표준감사시간 적용 완화
IFRS 18 도입 연착륙 지원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우수 기업에게 지정유예 평가에서 가점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주기적 지정제 '면제'를 언급한 것에서 한발 물러나 '3년 유예'로 가닥을 잡고, 밸류업 우수 기업 선정시 지배구조를 충실히 고려하도록 합리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31일 오전 회계의 날 정부 포상 행사 이후 회계업계를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계업계 우려가 없도록 세심하게 평가 기준을 마련해 밸류업 우수 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기적 지정제는 2017년 도입 당시부터 외부감사인을 이미 독립적으로 선임하는 회사에겐 다소 과도한 규제라는 평가가 있어왔다.
금융위는 기업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면서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 근본적인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목표임을 강조하고 지정 면제보다는 유예 3년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회계부정 우려가 없는 회사 중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적·전문적 구성과 운영, 내부회계관리의 효율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세부 기준을 연내에 만들고 내년 중 평가위원회 구성해 평가 및 유예대상 결정, 2026년부터 유예되도록 할 예정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회계업계 우려가 없도록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시부터 지배구조를 충실히 고려할 것"이라며 "밸류업 우수기업 중에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회계부정 우려가 큰 경우에 대해선 가점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과 투자자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새 국제회계기준(IFRS 18) 도입의 연착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국제회계기준제정기구(IASB)가 IFRS 18을 확정 발표한 이후 도입 연착륙 지원을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IFRS 18의 주요 내용 중 첫번째는 IFRS에선 과거 정의하지 않던 영업손익을 잔여범주 개념으로 정의하고 손익계산서에 손익을 영업, 투자, 재무 등 발생원천별로 분류해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영업손익을 표시하는 방법과 차이가 있어 기업과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4대 회계법인을 TF에 참여시켜 영향 점검, 교육, 안내를 실시하는 한편 기업과 투자자 우려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수정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손익계산서의 영업손익 내에 경상적인 항목만 별도로 중간합계로 표시해 현재 쓰고 있는 영업손익과 유사한 항목을 표시하게 하는 것이다.
또 IFRS 18의 주요 내용은 경영진이 투자자와 공개 소통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없는 성과측정치를 활용하는 경우 이를 MPM(Management defined Performance Measures)으로 봐 재무제표 주석에 공시하고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주석공시 의무화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 초기에는 고의·중과실이 아닌 이상 감리 지적을 받아도 제재를 감면해주는 등 계도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내 공개초안을 발표한 후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중 기준을 제정할 계획이다. IFRS 18은 2027년 시행 예정이다.
표준감사시간 부담 완화를 위한 여러 방안도 추진한다. 표준감사시간은 한공회가 제정하는 감사인이 투입해야 할 평균적 감사시간을 말하는데, 기업들은 감사비용 상승의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선 부분적용, 적용유예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자산 2조 미만 회사는 상장, 자산규모에 따라 산출된 표준감사시간의 일정 비율만 적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부터 적용률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자산 200억 미만 비상장사의 경우 표준감사시간제 적용 배제가 올해까지였지만 2027년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표준감사시간과 관련해선 외부감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표준감사시간 적용시 차감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다.
아울러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도 개선할 계획이다. 감사인 및 소속 공인회계사에 대한 불합리한 제재나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회계법인의 내부통제는 국제적 수준에 걸맞게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공회는 "회계개혁이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세밀히 파악해 정부에 전달하는 한편 최근 발생한 공인회계사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자구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체기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는 회계업계의 인력 과잉 우려를 언급하며, 올해 회계사 합격자에 대한 실무 수습 지원 방안도 언제든 시행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하겠다고도 밝혔다.
회계업계는 "지속적인 품질관리 개선 노력을 보이는 중소형 회계법인에 대해 더 큰 규모의 지정 대상 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등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 냈다. '상장사 감사인 등록 요건'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법정기념일인 회계의날 기념식을 맞아 회계투명성 제고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 훈장(1점), 포장(1점), 표창 등 81점을 수여했다.
김영식 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現 삼일회계법인 상근고문)과 전규안 숭실대 교수에게는 각각 철탑 산업훈장과 근정포장이 돌아갔다. 신규종 금감원 회계감리1국장 등 3명은 대통령 표창을, 김연근 녹십자홀딩스 전무 등 3명은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받았다.
이 밖에 금융위원장 표창 17명 등 총 81점의 포상과 표창이 수여됐다.
김 위원장은 회계의날 기념사를 통해 "기업은 회계업계의 '고객'이자 회계 개혁을 함께 추진해가는 '동반자'"라고 강조하며 "기업이 잘돼야 회계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회계업계에 당부했다.
이어 기업들에게는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긴 안목에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기업 스스로 내부감사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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