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7000억 자본 확충 금융당국에 제동…"긴밀히 협의 중"

기사등록 2024/10/30 10:05:55

최종수정 2024/10/30 10:42:31

HUG "보완 사항에 대해 확인 중…얼마나 걸릴지 몰라"

국토부 "발행 일정 조금 밀린 것 뿐…이례적인 일 아냐"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북부지사의 모습. 2024.01.2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사진은 29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북부지사의 모습. 2024.01.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자본확충을 위해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HUG가 이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전세 임차인들을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신규 가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보니, 덩달아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HUG는 이날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앞서 HUG는 지난 28일 금융당국에 약 5000억원 규모의 증권신고서를 일단 제출하고 전날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실시한 뒤, 내달 5일께 수요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규모를 늘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관계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함에 따라 채권 발행 작업이 잠시 중단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신종자본증권 등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결국 (민간 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일반적이고 실무적인 절차"라며 "중단, 취소 등은 잘못된 얘기이고 그저 HUG가 생각했던 발행 스케줄이 조금 밀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사례가 있다"며 "이는 담당부처와 기획재정부가 논의해 통상 진행해 왔던 부분으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도는 1993년 공사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영구채로도 불리는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어 부채임에도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데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려 한 것이다.

HUG는 최근 전세사기 급증으로 집주인 대신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주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손실을 메꾸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HUG의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 ▲2023년 3조5544억원 ▲2024년 1∼9월 3조220억원으로 4년 만에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HUG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약 4조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HUG의 자본 확충 계획이 틀어지면 당장 내년부터 전세 임차인들을 위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신규 가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대비 90배까지만 보증서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HUG 내부 분석에 따르면 4분기 HUG의 자기자본 대비 보증(보증배수)은 132.5배로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HUG는 임시방편으로 보증배수를 50배에서 2021년 60배, 2023년 70배, 올해 90배로 늘리며 자금 여력 대비 보증 규모를 키워 놓았지만, 자금 여력이 계속 악화되자 오히려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HUG는 전세보증과 임대보증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UG 측은 "우선 올해까지 약 2조원 상당의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인데, 지난해(약 4000억원)와 올해(7000억원)에 걸쳐 약 1조1000억원가량은 출자를 받았다"며 "나머지 부족한 7000~8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이번 신종자본증권으로 충당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 발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 당장 내년부터 전세보증 등의 신규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일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하고 있으나 (예정대로 발행이 되지 않을 경우) 보증 배수를 더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 측은 금융당국과 부처 간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 금융위 등 관계 부처는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투자자 보호, 채권시장 영향 등에 대해 관련 부처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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