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우리나라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쇼크, 일본 자민당 총선 패배, 중동 리스크까지 줄줄이 환율 악재가 이어지며 원·달러가 출렁이고 있다.
수일째 1390원을 넘나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원·달러가 조만간 1400원 돌파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반면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와 중동 확전 가능성이 잦아들면서 1400원 진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오후 3시30분 기준 전일대비 3.9원 내린 138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390.5원에 출발해 장중 1391.5원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하며 1380원 중반에 장을 마쳤다.
최근 환율에는 국내외 정치 및 경제 사정이 복잡하게 맞물리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소폭 내리긴 했지만, 이달 들어 원·달러 상승폭은 77.5원에 달할 정도로 단기간 급등했고, 이틀 연속 1390원을 터치하며 불안한 모습이다.
트럼프·日 총선에 중동 분쟁·韓 GDP까지 줄줄이 악재
일주일 가량 앞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해리스 후보에 뒤처졌던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지난주 60%까지 올랐다. 트럼프 재집권은 대규모 관세 부과와 확장 재정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자극 및 추가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으로 이어지며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3번째로 정책 금리를 25bp 인하한 데 이어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일본 자민당이 15년 만에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서 엔화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이란 수도 테헤란 근처의 군시설 타격 등 중동 정세 불안도 안전자산인 달러를 지지한다. 한달 전 143엔대 였던 달러당 엔화값은 153엔대로 가치가 추락했고 , 달러지수는 지난달 100선에서 104으로 한달 만에 4포인트 가량 치솟았다.
여기에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참전 소식도 원화의 힘을 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군 수천명이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에 도착하기 시작했고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8개월 만에 0.25%포인트 낮추고, GDP쇼크도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던 수출 부진에 우리나라 3분기 GDP는 한은의 시장 전망치 0.5%에 크게 미달하는 0.1%를 기록했다.
당국 경계·중동 변수…1400원 놓고 이견
다만, 최근 급등세가 과하다는 평가와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과 함께 중동 확전 우려가 잦아들었다는 점에서 1400원 진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당국의 1400원을 방어하기 위한 당국의 시장 안정조치에 대한 부담이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스라엘로부터 공격받은 이란 최고 지도자인 페제스키안 이란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전쟁을 밝히지 않는다며 확전에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 영향으로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4% 가량 떨어진 72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 차 방문 중이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가에 주목한다”며 최근 환율 급등에 대한 경계성 발언을 내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한발짝 물러서면서 확전 가능성이 일단락됐고, 한은 총재 발언에서 레벨보다 변동성 쏠림을 민감하게 본다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졌다”면서 "단기간 14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급격한 원·달러 상승 흐름에 당국의 경계 발언이 이어지며 상승도 제한되지만, 상승도 제한되며 무거운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 이번주 환율 예상범위로 1375~1405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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