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당 총선 참패…"이시바 총리 퇴진론 부상, 野와 협의도 난항 가능성"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하원) 선거 참패로 당 내에서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퇴진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의 한 중견 참의원(상원) 의원은 이날 신문에 "총리의 책임은 중대하다. (총리를) 계속하기는 어렵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지지통신도 이시바 총리가 여당 과반수를 승패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진퇴를 묻는 목소리도 부상했다"며 "'이시바 강판'으로 발전할지 향후 초점이 된다"고 전했다.

당 간부들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선거대책위원장은 위원장 자리에서 사임할 의향을 굳혔다.

앞서 전날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총 191석을 확보했다. 제 1야당 자리는 유지했으나 선거 고시 전 247석엔 크게 미치지 못하며 대패했다. 연립여당 공명당도 기존 32석에서 24석으로 의석 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여당은 465석 중 215석만을 차지하며 과반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공명당 연립여당의 과반수 의석 붕괴는 정권 교체가 일어난 2009년 이래 15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에게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총리 지명 선거다. 일본 헌법에 따라 중의원 선거 후 30일 이내에 특별 국회가 소집돼 총리 지명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 선거에서 과반수 표를 받은 국회의원이 총리로 선정된다. 과반수 표를 받은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보통 과반수를 점한 여당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시바 총리가 재임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밤 기자들에게 "매우 심각한 심판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그러면서도 "정책 실현을 위한 노력은 최대한 해 나가야 한다"며 정권 유지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야당과의 협력 의향도 밝히고 "중도 노선으로 간다면 (연정 확대 논의를) 경청할만 하다"고 언급했다. 국민민주당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무소속 의원과 협력을 꾀해 소수정당이 될 경우 자민당은 국민민주당 등과 정책마다 협력하는 ‘부분연합’으로 정권 운영을 계속하려는 태세지만, 야당 측과의 협의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앞으로 국회에서는 야당 측이 주도권을 잡게 됐다. 여당은 무소속 의원, 일부 야당과의 협력으로 과반수를 유지하더라도 어려운 정권 운영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제1 야당 입헌민주당은 148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는 27일 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점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야당과 협력할 의향을 밝혔다. 올해 임시국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을 함께 제출했던 "자민당·공명당 존속을 원하지 않는 (다른) 야당과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과거에도 '비(非) 자민당' 세력이 협력해 정권을 꾸린 사례는 있다.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야당 신생당, 일본신당이 약진했다. 이후 연립 협의가 열려 비 자민 세력은 일본신당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당시 대표를 추대해 새 내각을 수립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