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4년제 최초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창설 주도…100여편 연출
아시아인 최초 국제극예술협회장·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등 역임
[광주(경기)=뉴시스] 이준구 기자 = 1932년생으로 올해 92세인 김정옥 얼굴박물관장(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이 지난 25일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상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금관’은 해당 분야 개척자나 원로급에 수여하는 최고 등급이다.
김정옥 관장은 대한민국 1세대 연극연출가로서 극단 민중극장의 대표, 극단 자유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무엇이 될꼬 하니', '따라지의 향연', '대머리 여가수'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했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다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1956년 프랑스 소르본대학 영화학 연구소에 유학한 그는 1959년 국내 최초의 4년제 연극영화학과를 중앙대 문리과대학에 창설하는데 기여했다. 부산대 영문과와 미국 브링검영대학교에서 공부한 양광남 교수(작고)와 함께 강의를 시작했다.
1959년 사상계 신인 현상문예에 시 '오후'가 당선돼 시인으로서도 활동했다. '바람부는 날에도 꽃은 피네', '이름없는 꽃은 바람에 지고' 등 서정과 낭만이 넘치는 창작극들을 연출하고, 만남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평생동안 관심을 두었다.
1995년 6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제극예술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ITI) 세계 총회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이 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얼굴박물관(경기광주시 남종면)은 2004년 개관, 올해로 20년이다. 인간은 '천의 얼굴에서 만의 얼굴이' 이어지지만, 단 한 사람도 똑같지 않고 각자의 개성이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 백억명의 얼굴이 있었지만 각기 다른 것은 조물주가 만든 기적의 예술작품이라 믿고 있다.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 뭇사람들의 얼굴을 수집한 이유다. 이제까지 90년 이상 살면서 수집한 물건들은 박물관 앞마당의 석인(石人)에서부터 전시실의 인형 가면과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그에게서 배운 제자들은 연극영화계에서 연출가, 배우, 기획자, 감독 등 수 천 명이 넘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1959학번인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1회 졸업생들도 어느덧 80대 중반의 노인이 돼 있을 정도다. TV드라마 PD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맹만재·이해욱, 배우 최정훈·박근형·추송웅(작고)·양영준, 영화감독 박태원·권순재 등이 그들이다.
신일수(한양대), 이승구·이영민·이용관·이충직·최재오(중앙대), 민병록(동국대), 이원기·이송(청운대), 나상만(경기대), 안창경(강원대), 민성욱(백제예술대) 등 전·현직 연극영화학과 교수 등 학계는 물론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즐비하다.
1985년 프랑스정부 문화훈장을 비롯해 1989년 예술문화 대상, 1995년 최우수예술인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등 숱한 상을 받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TV드라마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린 제자 맹만재(85) 전 대경대 교수는 "김정옥 은사님은 아직도 문학청년이시다. 금관문화훈장 수훈이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연극과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라며 "오래 오래 우리의 곁에서 영원한 스승으로 남으셨으면 한다"고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