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시장금리 반영 시차 탓"
고객 부담 커지는데 3분기도 '실적 잔치'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주요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내리면서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당국을 방패막이 삼는다. 그러나 이전에도 은행에 유리한 금리 '역주행'이 반복됐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수신금리를 낮췄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에 따라 대출 수요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요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7, 8월에만 가산금리를 20회 이상 인상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전부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해 하락했다. 이에 더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예금금리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관리 목적으로 인해 금리를 내릴 수 없다"면서 "대출 영업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은행이 예금을 더 받아도 비용만 늘어나기 때문에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예금을 유치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시중 자금이 예금으로 꾸준히 몰리는 점도 예금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최근 예대금리차는 확대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57%포인트로 4개월 만에 확대됐다. 대출금리는 전월보다 오른 반면 수신금리는 내려간 영향이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상반된 흐름을 나타내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리가 인상, 인하될 때면 은행에 유리하게 대출과 예금금리가 엇갈려 왔다.
지난해 초에도 예금금리는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오른 바 있다. 지난해 1월 은행연합회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삼는데 코픽스에 예금금리 하락이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코픽스는 전월 취급된 예금금리, 금융채 금리 등을 집계해 한 달에 한 번씩 공시된다.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고객이 받을 예적금 이자는 감소하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커진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주요 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실적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권을 향한 금융 소비자의 시각은 더욱 곱지 않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6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4조395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6591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연간 실적을 3분기 만에 초과 달성했다. 하나금융은 2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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