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 앱 '카나나', 카톡 탑재 대신 별도로 출시 검토
자기잠식효과 우려 있지만 업계선 불가피한 선택 의견 커
카톡에 카나나 탑재 따른 이익보다 손실 클 수 있어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카카오가 새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플랫폼 서비스 '카나나'를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톡처럼 지인·단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생성형 챗봇 기능은 물론 기존 대화 내용을 요약해주거나 대화 내용을 근거로 일정(스케쥴)을 짜는 등 메신저 편의 기능까지 갖춘 'AI 친구(메이트)'를 두는 컨셉트다.
그런데 카카오는 기존 카카오톡 대신 별도 앱으로 '카나나'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카카오톡이 이미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카니발리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자칫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카나나'를 AI 비서를 둔 또 다른 카카오톡 서비스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이런 카니발라이제이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독자 앱으로 구현하려는 속사정은 뭘까.
카카오판 AI 비서 '카나'·'나나', 그룹 대화 AI로 승부수
26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나나는 챗GPT 등 다른 AI 서비스처럼 AI에 질문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과 나눈 대화도 기억해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대화 내용을 수집하기 위해 카나나는 '나나' 또는 '카나'라는 AI 친구(메이트)를 대화방에 자동 투입한다. 이들은 그동안 기록된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일정 알림, 문서 요약, 음악 또는 숙소·식당 추천, 스터디 모임 퀴즈 제작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대화방 내 한 참여자가 "우리 회식 날짜 정했었는데, 카나야, 우리 언제 보기로 했지?"라고 물으면 카나가 "다음 주 수요일 저녁 7시에 회식하기로 했어요"라고 답한다. 이어 "카나야, 저번에는 어디에서 회식했었지? 안 가본 곳으로 회식 장소 추천해 줘"라고 질문하면 카나가 "최근 모임은 A 식당에서 했는데 그때 회식 장소 후보로 B, C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예전에 이야기했다가 안 가본 곳으로 가셔도 좋겠어요"라고 답한다.
카카오는 그룹 대화에 AI 비서를 탑재한 점을 두고 글로벌 AI 챗봇과 차별화된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지난주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 행사에서"그룹 대화 안에서 개인 비서처럼 AI를 쓸 수는 있지만 그룹 단위로 도움을 주는 AI는 카나나가 글로벌 최초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방 내 다른 참여자 몰래 AI 메이트와 대화할 수 있는 '귓속말 기능'도 카나나 특징이다. 이 기능이면 뒤늦게 그룹 대화에 참여한 사용자에게 지난 대화를 요약해 주고 대화 중 오가는 정보에 대해 비공개 체크하는 등의 용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는 게 카카오 측 설명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프카카오' 기조연설에서 "카카오의 핵심 경쟁력은 '관계의 연결'"이라며 "생성형 AI 시대에도 카카오는 다양한 관계와 대화 속에서 개인의 맥락과 감정까지 고려하는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탑재한 '카톡 2.0' 아냐?
카나나 콘셉트가 공개되자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AI 기능이 탑재된 '제2의 카카오톡'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증권가에서는 '카나나'를 독자 앱으로 출시할 경우 기존 주력 상품인 카카오톡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을 우려한다.
'AI 메이트'라는 차별화 요소는 있지만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메신저'라는 본질은 동일하다는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카나나'가 흥행하려면 기존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새로운 서비스로 갈아 태워야 한다는 것.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카카오톡과의 카니발리제이션 가능성, 수익화가 되기까지의 비용 문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별도 앱으로 출시되는 만큼 기존 카카오톡 사용자들을 일일이 초대해야 한다는 한계를 지녔다"며 카나나의 시장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AI 탑재한 카톡? 이익보다 만약의 리스크 더 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톡 월 이용자 수(MAU)는 4893만명이다. 한국 인구 95% 수준으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카카오톡을 쓰는 셈이다.
국내 메신저 앱 시장을 독점하는 만큼 카카오톡은 카카오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요 재원이다. 지난 2분기 톡비즈(카카오톡 부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5139억원인데 그 비중이 전체 매출 4분의 1에 달했다.
이용자 포화 상태인 카카오톡에 AI를 탑재했다 해서 이용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가령, 카카오톡 대화방에 AI 메이트가 탑재되는 걸 원하지 않는 이용자가 있을 수 있다. AI 기능을 제공하려면 대화방 내 모든 참여자가 AI 기능 실행을 위해 대화를 수집한다는 걸 동의해야 한다. 특정 이용자에게만 AI 기능을 제공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색, SNS와 달리 메신저는 프라이버시 성격이 강하다. 업무용이 아닌 개인 간 사적 대화가 오가는 채팅방 내용을 AI가 학습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일부 소비자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AI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용자 탈퇴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 시장 진출 차원에서 카카오톡에 AI를 추가하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AI 탑재 후 잘못될 시 카카오톡 플랫폼의 근간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프라이버시 문제가 터지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밝혔다.
정신아 대표, 내달 '카나나' 의문점 해소할까
이상호 성과리더는 지난 22일 카나나 앱 콘셉트 공개 당시 "AI 메이트와의 연결, 이를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이라는 기존 틀을 과감하게 깨는 실험적 시도와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한 결과 기존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의 익숙함과 장점을 개선하되 AI 기술이 무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신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다음 달 7일 예정된 카카오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 추가 설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준호 연구원은 "(카나나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필요하다"며 "다가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설명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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