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파견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 통해 전달
“러, 중동 갈등 아시아로 확대해 미 자원 관심 전환 노려”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는 올해 초 예멘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홍해에서 서방 선박을 공격할 당시, 그들에게 표적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세계 무역의 주요 동맥을 공격하고 해당 지역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러시아도 관여했다는 것이다.
WSJ는 후티 반군이 사용한 러시아 위성 데이터는 예멘에 파견된 이란 이슬람혁명 수비대 대원을 통해 전달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서방 경제 및 정치 질서를 훼손하기 위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의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비판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후티를 지원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상 물동량이 지나는 해상 경로 중 한 곳에서 공격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러시아는 미국에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중동에서 아시아로 불안정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로 중동의 갈등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와 패권 갈등중인 중국의 위협에 집중하려고 할 때여서 미국의 자원과 관심을 돌렸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싱크탱크인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러시아로서는 어디에서든 일이 발생하면 좋은 소식이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세계의 관심이 멀어지고 미국은 패트리어트 시스템이나 포탄과 같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욱 깊이 끌어들였으며 북한의 경우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에서 훈련을 위해 3000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이러한 지원은 인력과 물자가 부족한 러시아에 전장에서의 지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관여된 두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중동에서 러시아의 지원은 전략적 지각 변동을 의미한다고 WSJ은 강조했다.
푸틴은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고 오랜기간 관계를 맺어온 이스라엘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는 틀어지는 것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이후 총 10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해 2척을 침몰시키고 1척을 납치했다.
후티 공격으로 선박은 홍해를 피해 더 길고 비싼 항해인 남아공 희망봉을 돌아야 해 세계 무역은 크게 위축됐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운송되는 원유의 거의 10분의 1이 홍해와 인도양을 나누는 해협인 바브 알 만다브를 통과한다. 해상 정보 회사인 윈드와드에 따르면 올해 8월 이곳을 통과하는 유조선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77% 줄었다.
미국은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러시아제 대함 미사일이나 대공 미사일을 제공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아직 증거는 없었다.
2년 전 포로교환으로 미국 교도소에서 풀려나 돌아간 러시아 무기상인 빅토르 (57)가 후티족에게 약 1000만 달러 상당의 자동 소총 판매를 중개하려 했다고 WSJ은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이 판매와 크렘린의 연계는 불분명했다.
‘죽음의 상인’으로 알려진 바우트는 2년 전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교환해 미국 감옥에서 풀려났다. 그가 다시 복귀해 후티 반군에 소총 판매를 중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이 지난 6일 보도했다. 그는 2005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의 실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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