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건립 사업, 최근 부산시 건축허가 심의 완료
사업 부지 맞은편 위치한 해원초…학부모 측 강한 반발
일조권 침해·학생 안전 우려 등 숙제 미결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탁 트인 해운대 바다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건강관리는 물론 각종 편의시설을 즐길 수 있는 노년의 삶.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한복판에 들어설 실버타운에서 보내는 노년의 모습은 이같을 것이다. 최근 마린시티의 한 부지에 73층에 달하는 고층의 실버타운 건립 사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에게 새로운 빛이 될 이 사업,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늘진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운대구 우동에 추진되고 있는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에 대한 시의 건축 허가 심의가 최근 완료됐다.
현재 이 사업에 대한 지하안전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착공까지는 건축전문위원회의 심의만 남았다. 사업 인허가 절차는 사실상 모두 끝이 난 셈이다.
마린시티 복합시설 개발사업은 대지면적 1만8468.30㎡에 지하 5층~지상 73층 규모의 2개 동 건물을 짓는 사업이다. 주된 사업은 노인복지주택, 이른바 실버타운이다.
사업 시행사인 비에스디앤씨가 시에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내년 5월 착공 예정이며 총 61개월의 공사를 거쳐 2030년 5월 완공될 전망이다.
이 부지는 지난 2016년 한화 갤러리아백화점 건립이 무산된 뒤 비에스디앤씨가 넘겨받은 땅이다. 비에스디앤씨는 이곳에 주거시설로의 개발을 줄곧 시도해 왔지만 용도 변경, 주민 반발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결국 비엔스디앤씨는 사업 전략을 틀었다. 지구단위계획상으로도 걸림돌이 없고 노년층이 많은 부산의 인구 특성을 고려했을 때 수요를 기대할 만한 고급 실버타운으로. 비엔스디앤씨에 마지막 카드와도 같은 이 전략은 교육청과 부산시 건축 심의 등을 잇달아 통과하며 힘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특히 사업 부지와 불과 30m 떨어져 있는 해원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일조권 침해와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하고 있다.
해원초 학부모회 관계자는 "실버타운이 건립되면 학교의 유일하게 트여 있는 공간인 동쪽 면이 막히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빛도 들지 않는 곳에서 하루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대부분의 학생이 사업 대상지를 거치며 등교하고 있어 공사 중에 발생할 통학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어른들의 경제적 이기심으로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업 허가권자인 시는 이러한 목소리를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업을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교육청 심의도 끝난 상태라 시가 사업을 강제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사업 규모와 관련해서도 사업주 측에서 결정하는 문제라 변경 계획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사업주와 민원인 간에 협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 중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실버타운 건립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색하면서도 약간의 근심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 있는 노년층의 입주를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실제 입주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사업과 함께 마린시티 내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옛 홈플러스 해운대점 부지에도 지하 8층~지상 51층 규모의 업무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 역시 수영만 매립지인 마린시티에 지하 8층의 건물을 짓는 데에 대한 주민 반대가 격화되고 있다. 마린시티 개발사(史)를 매듭지을 이 두 사업에 성토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