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산업용만 16.1원 인상하고 주택·일반용은 동결
중동 불안에 유류세 인하율만 부분환원 연말까지 재연장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도 예년보다 10일 빠르게 발표
"전기료·유류세, 물가안정보다 정책 대표적 실기" 지적
[세종=뉴시스]김동현 여동준 임하은 기자 = 정부가 국민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 동결,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 등 물가 안정 3종 세트를 동시에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3월(1.9%) 이후 처음 1%대를 기록했지만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과 국민 체감 물가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막연한 가정 하에 전기요금과 유류세를 연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단기적으론 물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한국전력과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산업용 전기요금 16.1원 인상…주택·일반용은 동결 결정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주택·일반용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해 5월 인상된 것이 가장 최근이다. 일반용 전기요금 동결은 국민 경제 부담과 생활 물가 안정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정부는 올해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크게 증가한 데 반해 대기업들은 수출 호조세로 인해 전기요금 부담 여력이 있다고 보고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한 부분이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이라며 "이번 인상은 '수출용 대기업 부분에서 고통을 분담했으면 좋지 않겠냐'라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한시적 인하 연말까지 연장…인하율은 부분 환원
현재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164원(20%) 인하된 656원, 경유는 174원(30%) 내린 407원, LPG 부탄은 142원 등이다. 11월부터는 각각 698원, 448원, 156원이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10월 대비 유종별 인상폭은 40원가량 오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593.35원으로 전날 대비 0.45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의 경우 1662원으로 가장 높았고, 대구는 1556원으로 가장 낮게 판매됐다.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조정되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630원 안팎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서울의 상당수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17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도 예년보다 10일 빠르게 발표
정부는 이에 배추·무의 계약재배 물량, 비축물량을 활용해 김장 공급을 최대한 늘릴 방침이다. 계약재배 물량은 배추의 경우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2만4000t, 무는 14% 증가한 9100t이다.
고추, 마늘, 양파, 천일염 등 부재료 가격 안정을 위해선 정부 비축물량을 활용한다. 수입산 고추 1000t을 이달 하순 고춧가루 가공업체에 조기 방출하고, 국산 마늘과 양파는 각 500t을 다음달 상순께 도매시장 등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농수산물 할인지원도 추진한다. 농산물은 대형·중소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전국 1만8300곳에서 배추·무를 포함해 가격 상승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 기간은 24일부터 12월4일까지다.
수산물은 다음 달 20~30일 진행될 예정인 '코리아 수산페스타'를 통해 김장재료인 천일염, 새우젓, 멸치액젓, 굴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천일염의 경우, 수요량의 9.4%인 5000t을 소비지에 직접 살인 공급할 예정이다.
"전기료·유류세, 물가안정보다 정부 정책의 대표적 실기"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기료 정상화 시점이 이미 지났는데 공기업의 적자를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놔두는 것이 맞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저유가 시대가 되면 이익이 늘어나서 자연스럽게 한전의 적자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운에 맡기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류세 정상화 시점도 이미 지났다"며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으로 내려갔을 때 담당부처가 책임지고 국민을 설득하고 최고 책임자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승훈 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정부가 주택·일반용 전기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산업용 전기료를 올리면 기업들이 판매하는 물건 가격이 오를 수 있고 결국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의견을 전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가 중동 정세 불안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인 만큼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유류세 인하폭을 낮춘 것은 바람직하다"며 "한번에 유류세 인하를 환원했다면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40원 수준의 인상은 재정과 현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절충안으로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