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속도 낸다지만…난항 예상되는 이유 '이것'

기사등록 2024/10/23 06:01:00

최종수정 2024/10/23 06:29:55

여당 "일부 의료단체라도 참여시 개문발차"

전공의·의대생 대표 "참여 의향 없다" 밝혀

의료단체 2곳, 의대생 휴학 허용 조건 제시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4.10.0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진은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24.10.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추진되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불투명하다. 여당은 일부 의료단체라도 참여한 상태에서 '개문발차'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은 불참 의사를 밝혔고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들은 전제 조건을 내걸어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정기 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인한 의료의 붕괴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면서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의료계가 추진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 중심의 단일대오가 의협 회장과 전공의 대표 간 갈등, 대의원 의협 회장 불신임안 추진 등으로 요원해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의협은 지난달 말 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 대화의 조건으로 의대 증원 감축을 거론했지만 힘을 받지 못했고 이달 초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국회의 시간'으로 흘러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전날 학회 임원들에게 "의학회는 의협 중심의 하나된 목소리를 강조하며 힘을 보태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서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는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협의체 구성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허울 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알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을 함께 올렸다.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국민의힘과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 간 '의대 증원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휴학 허용'을 둘러싼 입장차도 협의체 구성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국민의힘은 "전제 조건 없이 일단 협의체부터 출범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대한의학회, 의대협회와 접촉해 협의체 참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차담(茶談)에서 조속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 뒤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8.30.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3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 뒤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8.30. [email protected]
하지만 의대협회는 "의대생의 휴학이 허용돼야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대협회는 전날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 5가지 사항 중 첫번째로 '의대생 휴학 허용'을 제시했다. 의대협회는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 내부에선 구성원 간 소통이 충분치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대 교수는 "의학회와 의대협회에서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의료단체 2곳이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 없인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태의 핵심 축인 전공의들이 아직 참여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전공의들의 복귀 없이 의정 갈등 해소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협·대한의학회·전의교협 등 의료계는 전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를 설득해 줄 것을 종교계에 요청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와의 대화는 교착상태”라면서 “종교계 어르신들이 의정 간 중재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중재안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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