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질병'…"필요한 환자에게 알맞게 써야"
"가격 낮추고 접근성 높이면 수만 명 살릴 것"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비만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배려가 보다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는 국내 출시 이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비급여인 만큼 가격이 천차만별로 책정되면서 일각에선 웃돈을 주면서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다.
이렇듯 위고비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비만 질병을 가진 저소득층 등 의료 취약계층들은 이를 사용할 수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래 대한비만학회 회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위고비가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서 실제로 비만이 아님에도 단순히 외모를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이 현재로썬 많이 보인다”며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정말로 비만인 사람들인가 하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비만의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더 많이 걸리는 질병인데다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닌데, 위고비 현재 가격은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며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고비는 현재 시장에서 60만~90만원 수준에 달한다. 이는 한달치 가격으로, 취약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김 회장은 “비만은 질병이지만, 오해와 편견, 왜곡된 시선이 혼재돼있어 치료제를 급여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취약계층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 급여를 해줘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향후 추가 의료비 지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비만은 만성질환뿐 아니라, 심뇌혈관질환, 암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 또한 높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를 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1년 기준 15조6000억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흡연(11조4206억원), 음주(14 조6274억원) 보다 건강보험 재정에 더 부담을 주고 있다.
비만치료제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일 경우 매년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저널에 게재된 예일 공중보건대학 및 플로리다 대학 연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면 미국에서 연간 4만 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위고비와 다른 비만약 ‘티르제파티드’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량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체중 감량 약물의 접근성 증가가 사망률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정량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체질량 지수(BMI) 범주와 관련된 사망 위험, 비만 유병률, 높은 비용과 보험 제한으로 인한 약물 접근성 제한에 대한 데이터를 통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된다면 미국에서는 연간 최대 4만2027명의 사망자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추정치에는 비만 합병증에 취약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약 1만1769명의 사망자가 포함됐다.
연구팀은 “현재 보험이 없는 경우 한 달에 1000달러(한화 약 140만원)가 넘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의약품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며 ”노인을 위한 가장 큰 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디케어는 이러한 체중 감량 약물을 보장하지 않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의약품 접근성의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앨리슨 갈바니(Alison P. Galvani) 예일 공중보건대학 박사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재정 및 보험 적용 장벽을 해결함으로써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며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치료 옵션을 개선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중 보건 개입이기도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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