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교통사고에 주취자, 자살소동까지…봉명지구대 고군분투기

기사등록 2024/10/21 07:34:41

최종수정 2024/10/21 09:49:43

하루 밤 새 자살 소동 2건…설득도 경찰관 몫

교통사고 오토바이 뒷수습…2㎞ 손으로 끌어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봉정사거리에서 박윤석 경위와 김응민 경장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2024.10.20.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봉정사거리에서 박윤석 경위와 김응민 경장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오후 10시45분.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봉명지구대에 "한 차량이 주행 중이던 이륜자동차를 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기하던 박윤석(50) 경위와 김응민(42) 경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순찰차에 올라타 현장으로 향했다.

순찰차 뒤를 따라 한 도로를 지나던 중 인근 풋살장에서 주말 저녁 운동을 즐기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긴박하게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순찰차와 즐겁게 풋살을 즐기는 시민의 모습이 대조됐다.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보이지 않은 곳에서 24시간 숨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79주년 경찰의 날(21일)을 맞아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봉명지구대 경찰관들을 동행 취재했다.

사고 현장인 봉정사거리 한 시내버스정류장 앞에 도착했을 때 119구급대원이 30대 남성을 구급차에 태우고 있었다. 김 경장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사고 경위를 물으며 상황 파악에 힘썼다.

행인 4명이 인도에서 걱정스럽게 현장을 지켜봤다. 행인 A씨는 "주행하던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던 오토바이를 못 보고 친 것"이라고 전했다.

승용차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 이륜차 운전자도 어깨와 다리 통증을 호소했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박윤석 경위가 사고가 난 오토바이를 끌고 봉명지구대로 향하고 있다. 2024.10.20.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서 박윤석 경위가 사고가 난 오토바이를 끌고 봉명지구대로 향하고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경장은 구급차에 타고 있던 피해자와 몇 마디 나누더니, 옆에 있던 박 경위와도 몇 분 동안 의논했다.

김 경장은 "청주에 피해자 오토바이를 인계할 사람이 없어 지구대로 가져다 놔야한다"며 "피해자에게서 스마트키를 받지 못해 끌어다 주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경위는 자신이 하겠다며 나서는 김 경장을 만류한 채 이륜차를 끌고 2㎞ 떨어진 봉명지구대로 향했다. 김 경장은 순찰차에 탑승해 비상등을 켠 채 그의 옆을 지켰다.

주취자 신고도 접수됐다. 오후 9시36분께 운천동 한 편의점 앞에 선 흰색 소나타 택시 조수석에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술에 취해 잠에 빠져 있었다.

"손님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박 경위와 김 경장은 조수석의 남성을 한참을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 일어난 남성에게 김 경장이 상황을 설명했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일어나셔야죠."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한 도로에서 박윤석 경위(왼쪽)와 김응민 경장이 주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10.20.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한 도로에서 박윤석 경위(왼쪽)와 김응민 경장이 주취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남성은 택시기사와 경찰관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나오지 못했다. 15분 가량을 앉아있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근처 아파트 단지를 향하는 그를 김 경장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남성은 아파트 단지 통로에 서 있는 시민 3명에게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 그들이 통로를 막아서고 있다는 이유였다.

김 경장이 황급히 달려와 남성을 진정시켰다. "이분들은 대리기사 기다리는 거래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들어가세요." 김 경장은 비틀거리면서 복도로 들어가는 남성을 한참을 지켜보다 순찰차에 탔다.

김 경장은 "주취자의 경우 돌발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몰라 끝까지 지켜보는 편"이라고 했다.

이날 자살 소동도 두 차례 벌어졌다.

지구대에 복귀하자 조왕희(56) 순찰2팀장이 다른 현장에 나간 팀원과 한참 통화 중이었다. 자살 소동을 벌이는 40대 여성을 가족에게 인계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봉정사거리에서 박윤석 경위(왼쪽)와 김응민 경장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2024.10.20.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20일 충북 청주시 봉정사거리에서 박윤석 경위(왼쪽)와 김응민 경장이 교통사고를 처리하고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오후 8시30분께 봉명동 한 다세대 주택에 홀로 사는 이 여성은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자신과 만나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경찰관은 1시간 넘게 현장에서 여성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조 팀장과 팀원들은 30분가량을 더 힘쓴 뒤에야 신고자인 전 남자친구를 설득해 여성을 인계했다.

조 팀장은 "현장에서 여성을 진정시켰으나 그냥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신고자를 설득한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대 "엄마가 자살 암시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핸드폰 위치 추적과 신고자 진술을 토대로 화계동 한 마트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서 여성을 발견했다.

조금만 늦어도 번개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119구급대가 응급조치를 한 뒤 서둘러 병원으로 그녀를 옮겼다. 구급차를 떠나보낸 경찰관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승우(56) 순찰3팀장은 "지구대 경찰관은 현창 최일선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365일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우리 활동으로 인해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고충이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대한민국의 치안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미소 지은 뒤 순찰타에 다시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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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교통사고에 주취자, 자살소동까지…봉명지구대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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