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화민족"이라는 위구르 소녀…희미해진 민족성[中신장 르포①]

기사등록 2024/10/21 12:07:06

최종수정 2024/10/21 13:02:16

위구르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연학 프로그램

위구르 소녀 "저는 중화민족입니다"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지난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양항모스크의 대문이 닫혀져 있고, 모스크 앞에 중국 국기가 게양돼 있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지난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양항모스크의 대문이 닫혀져 있고, 모스크 앞에 중국 국기가 게양돼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까지 비행기로 2시간, 이후 환승해 4시간 날아가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省都)인 우루무치에 도착한다. 우루무치에서 다시 중국 최서단 도시인 카스(카슈가르)로 가려면 비행기로 2시간 더 가야 한다.

위구르족 자치구인 신장은 한때 거센 민족 분리독립운동으로 중국 최대 ‘소수민족 화약고’로 불린다. 미국 등 서방이 위구르족 인권문제를 이유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바로 그 곳이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세계 각국 주요 언론과 함께 신장지역의 주요도시인 우루무치와 카스를 방문했다.

신장자치구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동주관한 ‘글로벌 미디어 서밋’에 한국 언론으로서 유일하게 참석, 행사 뿐 아니라 ‘위구르족의 고향’으로 불리는 카스도 취재했다.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중국 당국이 외국인, 특히 언론인에게 우루무치와 카스 취재를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안정적인 신장 통제 ‘성과’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안내에 따라 취재했지만, 뉴시스는 현지 주민 등과의 대화 등을 통해 신장의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중국 신장 르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우루무치·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은 신장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의 민족성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지금 더 심화된 느낌이다.

지난 15일 신장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에서 카스로 이동하기 위해 우루무치 공항에서 대기하던 기자는 10대 위구르족 소녀 아이니 마이마이티(가명)로부터 “저는 ‘중화민족’인데요”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갈색 머리에 파란 색 눈, 중앙아시아의 민족과 가까운 소수민족의 외모를 가진 아이라 “너 어느 민족이니”라고 물었더니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저는 중화민족입니다”라는 답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양항모스크 마당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시의 양항모스크 마당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탄다며 잔뜩 흥분하고 긴장한 모습인 아이니는 17명의 친구와 함께 베이징으로 ‘연학(硏學)’을 가는 길이었다.

연학은 한국의 수학여행, 견학과는 다르다. 신장자치구 출신의 아이들만 대상으로 한다. 교사와 전직 군인 출신 교관의 인솔 하에 수도 베이징이나 다른 주요 도시를 방문해 체험 학습을 명분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입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인 셈이다.

기자가 “아니, 그런 민족말고 소수민족, 너 위구르족 맞지” 그랬더니 아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인구는 본토에서 예로부터 살아온, 중심이 되는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됐다. 중국에서 소수민족 신분은 창피하거나 금기시된 일이 아닌데 그간 ‘세뇌’를 당한 아이니는 자기도 모르게 ‘교과서식 정답’을 외쳤던 것이다.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지난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공항에서 베이징으로 ‘연학(硏學)’을 떠나는 위구르족 아이들. 연학은 신장자치구 출신의 아이들만 대상으로 교사와 전직 군인 출신 교관의 인솔 하에 수도 베이징 등 다른 도시를 방문해 체험 학습을 명분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입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우루무치=뉴시스] 문예성 기자= 지난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공항에서 베이징으로 ‘연학(硏學)’을 떠나는 위구르족 아이들. 연학은 신장자치구 출신의 아이들만 대상으로 교사와 전직 군인 출신 교관의 인솔 하에 수도 베이징 등 다른 도시를 방문해 체험 학습을 명분으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주입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전투복 차림의 교관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지 등을 살피며 친구와 장난 친 한 남자아이를 무섭게 꾸짖었고 한 아이가 부모와 통화하도록 휴대전화를 내줬다는 이유로 인솔 교사에게도 "이런식으로 하면 당신들의 휴대전화도 압수하겠다"며 호통쳤다. 

교관의 눈을 피해 아이니는 기자에게 자신이 K팝을 알고 있고, 블랙핑크를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카슈가르)시 정부 청사 앞 광장에 설치된 초대 주석 마오쩌둥 조각상의 모습.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카슈가르)시 정부 청사 앞 광장에 설치된 초대 주석 마오쩌둥 조각상의 모습. 2024.10.20 [email protected]
“너희는 학교에서 위구르어도 배우니”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아니다”고 답했다. 과거 중국의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민족 언어와 중국어(한어) 교육이 병행됐는데 신장과 티베트 분리독립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중화한민족’ 사상을 주입하게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중국어로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너는 공부를 잘해서 이번 연학 프로그램에 선발된거니“라고 묻자 소녀는 ”아니오, 말을 잘 들어서요, 공부는 중간 정도 돼요“라고 답하고 교관의 재촉 하에 베이징행 항공편을 타기 위해 탑승구로 향했다.

신장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주민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생활 습관과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14년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신장 시찰 당시 언급했던 “우리(56개 민족)는 석류알처럼 끈끈하게 뭉쳐서 지내야 한다”는 문구가 도시 곳곳에는 걸려있는 등 중공의 존재를 시시각각 느끼게 한다.

17일 우루무치의 국제 다바자(큰 재래시장·바자는 위구르어로 재래시장) 관광지 인근에 있는 양항모스크의 대문은 예배가 없는 날이라 굳게 닫혀져 있었고, 마당에는 오성홍기가 게양돼 있었다. 또한 ‘사회주의 가치관’, ‘시진핑 사상’ 등이 적힌 팻말이 모스크를 에워싸고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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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화민족"이라는 위구르 소녀…희미해진 민족성[中신장 르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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