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이용해 다이아 총 3046만개 무단 취득
法 "피고의 취득 이익 만큼 손해 발생"
"4억8870만원과 이자 5% 배상해야"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실제 돈이 아닌 게임내에서 거래되는 화폐를 빼돌린 직원에게 게임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심 법원은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대만 국적의 A씨는 2022년 3월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모바일커뮤니케이션 팀에서 게임 모니터링, 게임 내 문제해결, 고객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GM(게임운영관리자, Game Matser) 업무를 수행했다.
A씨는 GM 운영 툴을 이용하면 이용자의 통합계정이나 게임계정에 대한 이용제한 및 압류 해제가 가능하며 게임 계정을 다른 이용자의 통합계정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이용해 게임화폐를 무단 취득했다.
지난 2022년 6월30일, 대만 친구 명의의 게임계정에 대한 압류를 임의로 해제한 후 다음날인 7월1일 계정내 보관 중인 게임화폐 다이아 93만200개를 자신의 명의 계정으로 이전하고 친구 계정을 삭제했다.
2022년 7월13일부터 10월3일까지는 게임계정 이전 기능을 이용해 다이아를 취득하고 일부는 매도, 일부는 현금화 했다. 또 일부는 강화 목적으로 사용한 후 가치가 높아진 계정과 아이템을 판매했다.
엔씨소프트는 A씨에 대한 내부조사를 진행했고, 최소 3814회에 걸쳐 2128개의 계정에 보관 중이던 다이아 2953만6936개를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이 무단 취득으로 얻은 이익은 합계 4억8000만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A가 불법행위로 얻은 총 다이아의 개수(3046만7136개)에 판매가격인 2.75를 곱한 8억3784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손해액이 8억3784만원에 미치지 않으며 자신에게서 다이아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보다 저렴하게 사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다이아 판매 금액이 아닌 이용자들 간의 실질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와 당사자들의 관계, 정황 등을 종합해 손해 발생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 금액은 엔씨소프트의 주장과 달리 A씨의 계좌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책정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 최욱진 부장판사는 A씨가 엔씨소프트에게 4억8870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 연 5%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부장판사는 "다이아는 이 게임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게임 재화이나 피고 A가 무단 취득한 다이아를 사용·판매함으로써 원고는 다이아에 대한 수요를 가진 게임 이용자들에게 판매할 기회를 상실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가 무단 취득한 다이아 개수를 정확히 특정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피고가 불법행위로 취득한 이익만큼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판사는 "피고 A가 무단 취득한 다이아로 최소 4억8870만원의 수익을 얻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다이아 관련 수익 상당액 4억887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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