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호실적에 주가 9%↑…시총 1조 달러 돌파
ASML, 저조한 매출 예측에 주가 이틀만 20%↓
"반도체 장비업, 지정학적 긴장 등 어려움 겪어"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열되며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칩 제조 장비 업체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서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산업 접근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판로에 타격을 입게 된 데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만들려 시도하는 등 활로를 찾아나가자 실적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각) '칩 장비업계의 AI 허니문은 끝났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어 이같이 보도했다.
WSJ는 "AI 칩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으나, 불행히도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
특히 WSJ는 그 예로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들었다.
TSMC, 3분기 순이익 54.2%↑…호실적에 시총 '1조 달러' 돌파
이는 이미 상향 조정됐던 시장 전망치(3000억 대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호실적이다.
3분기 매출 또한 7596억9000만 대만달러(32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9% 올랐다.
이 같은 실적 호조를 발표하자 전날 뉴욕증시에서 이 기업 주가는 9.79% 상승한 205.84달러에 마감했다. 주가 폭등에 시가총액도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TSMC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칩 등 서버 AI 프로세서에서 올해보다 3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ASML, 실망스러운 매출 예측 발표…이틀만 주가 20%↓
ASML은 내년 순매출 예상치를 326억~381억 달러(44조7011억~52조2427억원)로 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의 최하단 수준이다.
또 3분기 주문을 나타내는 순예약 매출은 28억 달러(약 3조8393억원)로, 시장 전망치인 60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특히 이 기업 실적 보고서는 당초 16일에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기술적 오류로 하루 빠른 15일에 공개됐다. 이후 ASML은 하루 만에 529억9000만 달러(약 72조6598억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ASML,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어려움 겪어"
ASML은 최첨단 칩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리소그래피(노광) 장비를 보유한 회사다. ASML의 대중국 수출 금액은 올 2분기 23억 유로(3조4700억원)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ASML 같은 업체로부터 장비 구매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유지 보수 등을 못하도록 하는 등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여가자, ASML의 매출액은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14~18였으나, 지난해엔 28%로 뛰어올랐고 올해 1~3분기에는 평균 48%를 기록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대(對)중국 규제책으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SML 최고경영자 (CEO) 크리스터프 푸케도 내년엔 중국 비중이 2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더해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ASML의 최대 판매처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ASML의 독점을 깰 '극자외선(EUV) 방사선 발생기 및 리소그래피 장비'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만들려면 이 EUV 장비가 필수다.
"엔비디아 성장세가 모든 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 아냐"
AI 반도체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는 AI 모델 학습에 필수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 핵심 부품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 시장이 가열화되는 상황에, 최근 2년 동안 월가에서 엔비디아의 기술을 AI 폭발의 원동력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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