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사비 급등·PF 부실…착공 지연·축소 빈번
"공공발주 최대한 늘리고, 신속한 착공 지원해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시멘트와 레미콘, 철강 등 건설 후방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시행사나 건설사의 예정된 착공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되면서 발주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계절적 성수기지만 시멘트와 레미콘, 철강 등 건설공사의 주요 자재의 생산 원가가 오르며 생산량이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재료인 시멘트와 레미콘산업이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은 2284만t으로, 전년 동기(2604만t) 대비 12.3% 급감했다. 또 하반기 시멘트 출하량이 상반기보다 적으면 올해 연 4000만t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는 통상 5000만t 이상을 손익분기점으로 삼는다. 생산량이 5000만t 이하면 공장 가동 중단을 비롯한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시멘트 생산량은 줄고,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재고량은 126만t으로, 1년 전보다 15.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하량은 12.0% 줄어든 2316만t으로 집계됐다.
시멘트 업계는 친환경 설비투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불황까지 겹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수요가 감소해 생산량은 줄고, 재고량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친환경 설비투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내고 있는데, 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공장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골조 공사에 필요한 철근 역시 불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조강(철강) 생산량은 2638만t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게다가 중국이 내수 침체로 자국 수요가 줄자, 해외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국내 철강업계 불황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실제 주택 인허가 및 착공 건수가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인허가된 주택은 17만1677가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한 수치다. 착공 실적 또한 1만6024가구로, 전월 대비 22.6% 감소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국내 주택 수주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국내 주거용 건축(주택) 수주액은 총 3조6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줄었다. 지난 2022년 같은 달(9조7098억원)과 비교하면 62.4%나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발주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급등과 PF 부실 등의 영향으로 현재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을 못 한 건설 현장이 많다"며 "정부가 공공 공사 발주를 최대한 늘리고, 원자재업계와 건설업계간 가격 갈등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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