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교수들 "의사수, 가정따라 편차 커…새 연구를"

기사등록 2024/10/17 12:26:52

최종수정 2024/10/17 14:40:17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 의사 수 추계 의견

"지속가능 의료시스템 반영 시나리오 필요"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관련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관련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연내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수급 추계 연구에는 적절한 데이터, 현실적인 가정,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반영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 자료로 제시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연구(미래사회 준비를 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3개 연구 보고서에 대한 '의사 수 추계 의견'을 17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0년여 뒤인 2035년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는 증원안을 내놨다. 의대 증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첫 단추다.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정책 개선을 감안한 시나리오를 도입해 새롭게 추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도 추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3개 연구는 모두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인력 공급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이뤄졌다. 또 홍 교수 등의 연구에서 주치의제 도입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의사 수를 추계한 결과 부족한 의사 수가 1만 명에서 3천명으로 감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참고했다는 3개의 연구 모두 진료가능 일수는 공휴일, 일요일, 토요일을 제외한 연 265일을 기본으로 했으며,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의 연구는 240일, 255일을 가정해 추가로 결과를 산출했다"면서 "해당 연구에서 의사 1인 근무량을 현재의 80~120%로 각각 나눠 추계했을 때, 2035년의 경우 의사 수 부족 4만 9천 명부터 1만7천여명 과잉까지 편차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또 권정현 KDI 박사 등의 연구는 50세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은퇴를 시작해 90세에 모든 인력이 은퇴한다는 가정을 뒀다"면서 "판사, 검사 등 타 전문직이 70세에 거의 모두 은퇴를 하는 반면 의사는 자영업자의 형태로 근무를 하고 교육기간이 길어 업무 시작 시점이 늦기 때문에 은퇴시기가 늦어진다고 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60세 이상 의사의 수는 4965명이었고, 2020년 70세 이상 활동 의사는 4042명으로 의사의 80.8%가 70세 이후에도 근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위는 "권정현 KDI 박사 등의 연구에서는 2035년 의사 부족 1만여 명, 2050년 의사 부족 2만 2천여 명으로 나타났고, 현재 학력별 의료서비스 이용 수준을 근거로 국민들의 학력 변화를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도입하니 2033년까지는 의사 부족이 나타나지 않았고 2050년 의사 부족 1만여명으로 산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 등의 연구는 기술 발전으로 의사 생산성이 연 0.5%씩 늘어난다는 가정 하에 퇴직연령을 만 75세와 80세 둘로 나눴고, 65세 이상 의사는 생산성이 50% 혹은 75%가 되는 것으로 가정했다"면서 "2035년 의사 수 부족 정도는 은퇴 연령을 75세로, 65세 이상 의사 생산성을 50%로 가정할 때 1만 8백여명으로, 은퇴연령을 80세, 65세 이상 생산성을 75%로 가정할 때 7천 2백여명으로 산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주치의제 도입으로 2030년 면허 취득자부터 30% 정도가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경우 2035년 의사 부족 수는 3천여 명으로 낮게 산출됐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정부는 3개 연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연구자들의 의견을 숙지하길 바란다"면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의료비와 고갈되고 있는 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도입할 추계 변수와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추계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결과를 평가할 때 해당 직역의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또 도출된 결과가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급 추계 기구의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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