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1위' 자코모의 뚝심…"보이지 않는 곳까지 바르게"[르포]

기사등록 2024/10/17 12:00:00

박경분 대표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아"

3배 비싼 친환경 접착제·고품질 자재 사용

300개 이상 디자인 보유…국내 첫 연구소

'소파 아카데미' 통해 기능직 고령화 대비

[포천=뉴시스]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도 포천시 자코모 5공장에서 이탈리아 국기 무늬가 새겨진 소파 하단 밴드의 내구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mymmn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포천=뉴시스]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도 포천시 자코모 5공장에서 이탈리아 국기 무늬가 새겨진 소파 하단 밴드의 내구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포천=뉴시스]권안나 기자 = "200㎏의 곰이 와서 10년 이상 앉아도 꺼지지 않을 거라고 자부합니다. 보이지 않는 속까지 꼼꼼하게,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야 된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

지난 15일 방문한 경기도 포천시 산자락에 위치한 자코모 5공장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일반적인 가구 공장에 들어섰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코를 찔러대는 독한 냄새가 없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 설립한 '디자인 연구소'에서 출발한다.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국내 가구 대기업들의 OEM(주문자 상표 제품 생산자) 제조사 재경가구산업에서 출발한 자코모는 IMF 당시 산업 붕괴로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멘텀으로 '디자인'에 주목했고, 2000년도에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에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2005년에는 자체 소파 브랜드 '자코모'를 설립했다.

이날 자코모 본사에서 만난 박경분 자코모 대표는 "당시 이탈리아를 자주 오가면서 100년 기업인 아빌라 공장에 가게됐는데 국내 가구 공장에서 나는 특유의 접착제 냄새가 나지않아 물어보니, 소나무 송진에서 나오는 친환경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했다"며 "그 접착제를 조금 얻어서 국내 최대 본드회사 담당자를 만나 연구해달라고 했더니 자코모 외에는 원하는 곳이 없으니 만들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3배 더 비싼 가격이지만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코모 5공장은 2개 층으로 이뤄진다. 1층에서는 목재와 밴드 등을 이용해 소파의 틀을 만드는 조립 과정과 내장재를 채우는 사전 작업이 함께 진행된다. 목재 사이사이에는 박 대표가 설명한 친환경 접착제가 발라져 있고, 이탈리아 국기 무늬가 새겨진 밴드가 소파 하단부를 격자무늬로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접착제에서 독한 냄새가 진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파 내부의 골격이 되는 목재의 깔끔한 외관 역시 놀랄 만한 지점이었다.

박 대표는 "예전에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자코모 쇼파와 타사 고급쇼파의 하단을 해체하는 과정이 나왔는데, 타사는 합판에 시멘트와 흙이 묻어있고 곰팡이가 난 목재를 썼지만, 자코모 제품의 내부는 깨끗해서 국민들이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자코모가 '착한쇼파, 바른쇼파'라고 해서 매출이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5공장 2층에서는 가죽을 재단하고 패턴을 만드는 미싱 작업과 마감 등이 이뤄진다. 여기에 사용되는 가죽은 미국 텍사스의 건강한 소를 염장해 이송한 다음 이탈리아의 친환경 고급 원료를 활용해 자코모만의 가공 기술로 만들어진다. 마감이 완료된 가죽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완성된 틀에 씌우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국내 종합 가구 대기업 사이에서 소파 하나로 20년 외길을 걸어온 자코모 저력의 원천은 '품질 경영'과 '디자인'에 있다. 원자재 하나하나를 친환경, 고품질 요소로 엄선해 사용하는데다, 디자인까지 연구소를 세워 보장하다보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자코모는 300가지 이상의 소파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포천=뉴시스] 지난 15일 경기도 포천시 자코모 5공장에서 기술자들이 가죽 미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mymmn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포천=뉴시스] 지난 15일 경기도 포천시 자코모 5공장에서 기술자들이 가죽 미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코모를 대변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 '인재 경영'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자코모의 진심과 함께 '100년 기업'으로 향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박 대표의 혜안이 담긴 전략적 선택이다.

박 대표는 "1986년도에 처음 (재경가구를) 설립했는데 그때 있던 직원이 아직도 현장에 일하고 있고, 그때 결혼해서 아기를 낳아서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경우도 있다. 어떤 고객은 30년 전에 재경가구에서 쇼파를 샀는데 딸 혼수를 사러 왔다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20여년을 앞서 '주 5일제'를 실시했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겼다. 현재는 주 5일제 근무가 흔한 일이지만 당시 가구 업계에서 휴일은 한달에 2회 정도였다.

박 대표는 대기업 주문 물량이 몰리는 상황에서 기술자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국내 모 제약회사의 '격주 5일제 근무' 소식을 듣고 "우리도 생산량만 맞출 수 있다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후 재경가구의 이직률은 제로(0)에 가까워졌고, 직원을 모집하면 줄을 섰다고 한다.

2021년부터는 '소파 아카데미'를 설립해 생산 현장의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자코모의 소파 아카데미에서는 6개월간 기본급을 지급하며 기능직 교육을 실시한다. 이후 심사를 통해 현장에 투입하는데, 현재 5기생까지 배출해 각 공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이날 방문한 5공장의 경우 60% 이상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게 공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소파 아카데미) 입학생들에게 중견회사의 중견 사원보다 월급이 많을 것이고, 기능을 배우면 70세에도 일할 수 있으니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해준다. '사장이 되고싶으면 쇼파를 잘 만들어 자코모에 납품하라. 그럼 우리가 밀어주겠다'는 얘기도 한다. 현재 20군데의 협력사가 있고, 원자재도 다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코모의 경쟁력은 해외 시장에서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코모는 지난 5월 일본 도쿄 롯본기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내달 현지 신규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자코모의 일본 진출은 3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일본의 대형 가구 업체 '프랑스베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박 대표는 "프랑스베드가 소파를 유럽에서 주로 수입을 했는데 유럽 시장이 무너지면서 한국으로 눈을 돌렸고, 직원들이 우리도 모르게 자코모를 수시로 드나들었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며 "이후 (프랑스베드 오너가) 한국인 며느리에게 자코모에 대한 검증을 맡긴 뒤 보고를 받고 정식으로 우리 회사를 찾아와 계약을 맺게 됐다. 내년까지 일본에 3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양주=뉴시스]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자코모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mymmn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남양주=뉴시스] 박경분 자코모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자코모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17. (사진=권안나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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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1위' 자코모의 뚝심…"보이지 않는 곳까지 바르게"[르포]

기사등록 2024/10/17 12: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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