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강, 제2의 데보라스미스 나오려면?"

기사등록 2024/10/16 17:48:17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한국 문학 해외진출 관계기관 회의. 2024. 10. 16. ashley85@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한국 문학 해외진출 관계기관 회의. 2024. 10. 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문인과 출판계, 번역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한국 문학 해외진출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최근과 같은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제2의 한강 작가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해외 교류와 번역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엔 한국어 문학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학과지성사는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비롯해 소설 '여수의 사랑' 등을 펴낸 출판사다.

이 대표는 "한국 문학의 가장 큰 약점은 한국어 문학시장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2000부를 팔기도 어려운데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굉장히 적고 다음 책을 낼 기회가 적다"며 "가만히 내버려 두면 시장이 확대되지 않기 때문에 문학나눔 예산 증액, 출판계 세액공제 입법, 공공대출 보상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문학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비평과 담론의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형엽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비평 및 담론 활성화도 해외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데에 맞춰져 있는데, 시인·작가·비평가들이 제대로 살아 남아 활동하려면 국내에서 먼저 저변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작가를 대표해서는 육호수 시인 겸 평론가가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김수영문학관에서 상주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장 독자들도 문학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은 정말 많은데 문학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지금의 문학이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고, 한강의 소설이 왜 가치 있는지를 너무 어려워한다"고 토로했다.

번역 전문인력을 양성함에 있어서도 장애물이 많은 실정이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겸 번역가(영어)는 "제자들을 떠올려 보면 데보라 스미스를 능가할 정도의 학생들이 많지만 시장의 문이 너무 좁다는 점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 교수는 "번역 고료는 20년 전과 비슷할 정도로 번역 조건은 더욱 나빠졌다"며 "번역가로는 먹고 살 수가 없는데 제자들에게 번역가가 되라고 말을 못 한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아카데미를 번역대학원대학으로 급을 높이는 일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애영 한국문학번역원 교수 겸 번역가(프랑스어)는 "교육 과정이 효율적이고 전문화돼 우수한 번역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학생들이 수료증을 받고 나면 기회를 얻지 못해 절망한다"며 "번역 시장에 한 번만 내보내면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데 그 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카데미가 아닌 정식 교육기관이 되면 부설연구소도 신설할 수 있고 해외진출을 겨냥한 새로운 담론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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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한강, 제2의 데보라스미스 나오려면?"

기사등록 2024/10/16 17:48:1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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