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유동성제공 뭐길래"…금감원, 신한증권 전격조사 배경은

기사등록 2024/10/15 08:00:00

최종수정 2024/10/15 08:10:17

신한투자증권 1300억 손실…업계로 번진 불길

"더 은폐된 손실 없나" 확인…LP 목적 벗어난 거래 문제 삼을까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과 관련해 증권사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은폐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더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점검은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1300억원대 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 나선 뒤 이뤄진 후속 조치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하나를 출시할 때마다 복수의 증권사들과 LP 계약을 맺고 유동성공급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 본연의 목적 '유동성공급' 역할만 충실히 하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일부는 적극적으로 운용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기자본을 공급해 한 방향으로 베팅, 수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LP의 수익 창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지만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LP 지위를 이용해 시장교란 또는 불법·편법적 매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금감원은 우선 은폐된 손실 사례가 없는지 점검한 뒤 증권사들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및 이행에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신한證 사태에…업계 "내부통제 구멍, 있을 수 없는 일" 입 모아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한투자증권이 ETF 선물 매매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것과 관련,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한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신한투자증권이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LP 업무로 1300억원 손실을 본 것이 이번 전수점검의 발단이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2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ETF LP로서 자금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약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손실 규모 등이 흔치 않은 사례라 판단해 바로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며 "금융사고와 관련해 필요한 내규, 내부통제 적정성, 손실 발생 원인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이 큰 손실을 두달 가까이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8월 초 당시 발생한 손실은 이 정도 규모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지만, 해당 직원이 거듭 '물타기용' 선물매매를 하면서 손실이 1300억원까지 커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손실을 숨기기 위한 허위 스왑거래가 등록된 사실도 발견됐다.

과거 한국거래소 시장조성자로 참여했다가 현재는 업무를 중단한 A 증권사 대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유동성공급 부서는 일반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부서며 손익이 나도 아주 한정적으로 난다"고 말했다.

또 "큰 돈을 태워 거래했든 큰 수익 또는 손실이 났든 내부적으로 충분히 이상하게 여길 상황"이라며 "딱 숫자를 보면 나오는 일을 잡아내지 못했단 건 내부통제상 엄청난 구멍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내부통제, 체크리스트 등을 통해 손실이 빨리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 외엔 문제없나…일부 증권사들 "적극적 수익 추구 문제 없다"

금감원은 신한 외 다른 증권사들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선물 등 파생거래 결과 손실이 났으면서도 은폐한 사실이 있는지, 또 내부통제는 잘 마련돼 있는지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유동성공급자의 목적 외 거래'에 대해서도 들여다볼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신한증권 사태의 경우 대규모 손실과 이 같은 손실이 늦게 발견된 점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목적 외 거래를 하다 큰 손실을 냈다는 점에 대해서도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LP는 ETF가 원활히 매매될 수 있도록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매수와 매도 중 한쪽으로 포지션이 잡히지 않도록 양쪽에 주문을 넣어 거래가 발생하도록 하는데,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수급에 따른 수동적 운용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ETF에 대해 매수·매도 주문을 걸어뒀다면 매수 주문은 코스피200를 선물로 매도해 헤지하고, 매도 주문은 선물 매수로 헤지하는 식이다. 각 포지션에서 똑같이 1만 계약이 나왔다면 운용 목적에 맞는 거래로 볼 수 있지만 뒷단 선물거래가 대폭 늘어나면 한쪽 방향으로 더 베팅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목적에 맞지 않는, 즉 한방향으로만 과도하게 베팅한 선물매매가 대규모 손실을 일으켰다.

일부 증권사들은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ETF LP 부서의 적극적 운용이 철저히 제한돼 있고 단순 지원부서로 있는 증권사들의 반응이었다.

ETF LP 부서를 운용부문이 아닌 법인영업 부서에 넣어둔 C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자가 트레이딩 롤(역할)을 가지고 한쪽 방향에 베팅하는 선물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며 "헤지 목적 그 이상으로 뒷단 선물 거래가 대폭 늘어났다는 건데, 원래 그런식의 거래가 용인된 증권사일 가능성이 높고 수익을 잘 내왔다면 더더욱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A 증권사 대표 역시 "멋대로 LP 부서에서 차익거래를 해 손실이 아니라 수익이 났다고 해도 형사 고소감"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ETF LP 부서 운영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적극적인 수익 추구성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사들 중에선 법인영업 등 부서가 아닌 자기자본 운용부서, 세일즈 앤 드레이딩(S&T) 부서와 함께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공급자 역할 특성상 기본적으로 수익이 크진 않다. 다만 회사별로 운용부서와 함께 두고 적극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한 곳도 있고, 일정 부분 자기자본을 LP에 할당해 성과를 내는 증권사들도 있다"며 "성과에 따라 부서가 성과급도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LP들의 운용 재량 범위가 넓고, 자기자본을 태워 크게 베팅할 수 있는 구조였다면 의도치 않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추구 자체, 또는 손실을 봤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내부통제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D 증권사 관계자 역시 "S&T 쪽에서 부서를 운영하고 자본 공급까지 해 수익을 많이 내는 증권사 LP들도 있다"며 "단순 서포트 부서인지 매출 부서인지는 회사별로 다르다"고 말했다.

회사들은 운영 방침 상 상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유동성공급자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매매를 하는 것을 곱게 보지 않고 있다. LP의 수익 추구 자체는 불법은 아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LP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LP 지위를 이용해 시장교란 또는 불법·편법적 매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 LP 불법공매도 의혹 점검 당시 한 금감원 관계자는 "LP 목적에서 벗어난 수익 추구가 불법이라고 볼 순 없으나 도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있어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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