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에 임신중지 항목 허용해야
유산유도제 도입과 접근성 확대 요구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 이후 5년째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건강보험 적용, 약물 도입 등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당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등 법조계·의료계·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에는 ▲건강보험 보장 체계에 임신중지 관련 항목 전면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과 접근성 확대 ▲전국의 보건의료 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내·외과적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성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국회에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 ▲모자보건법 전부 개정 등을 촉구했다.
2019년 낙태죄 위헌 소송을 이끌었던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정부는 개정 입법 시한을 넘기고도 3년 반 이상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그 결과 낙태죄 폐지 전과 큰 차이 없이 여성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약품 접근은 음성화되어 있으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제인권기구들은 국가가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이 임신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인권 침해라고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효력을 상실한 낙태죄 조항과 모자보건법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 조항을 삭제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혼란을 없애야 한다. 또 의료법, 의료기기법, 약사법, 근로기준법에서 낙태죄를 전제로 하는 조항들을 삭제해 임신중지가 정상적 의료행위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도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후속 입법 마련을 촉구했다.
고경심 살림의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올바른 정보가 없어 왜곡된 정보가 횡행하고 있다. 해외직구로 불법으로 유산유도제가 구입되고 있으나 그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가짜 약물의 피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수술적 임신 중지와 비수술적 약물 유산유도제가 고가의 진료비와 함께 제공돼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적절한 전문적 훈련과 함께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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