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통해 인간에 대한 희망 모색"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데 대해 "전쟁, 격차, 분단. 고뇌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의 작품은 갈수록 국경을 초월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13일자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 인간성 본질에 대해 계속 묻는다" 제하 사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가자에서 그리고 지금도 많은 무고한 생명이 노골적인 폭력에 의해 빼앗기고 있다"며 이 같이 평가했다.
신문은 올해 노벨문학상은 한국 작가 한강이 수상했다며 "문학상을 아시아 여성이 수상하는 것은 처음이며 한국인의 수상도 처음이다"고 주목했다.
아사히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 4·3을 소재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한강 작가가 "거듭 물은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수수께끼이며 본질이기도 하다"고 했다.
신문은 그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에는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폭력성이 그려져 있다"며 "섬세하며 치밀한 묘사로 지어진 문장은 따끔따끔한 통증이 몸속으로 파고들어오는 것 같은 힘을 가진다"고 했다.
아울러 "한편으로 타인의 절실한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지키려고 하기까지 하는 사랑과 헌신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한강은 문학이라는 상상력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희망을 모색해왔다"며 "그런 작가에 대한 공감은 우리의 상상력이 폭력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 그 희망을 가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안데르스 올손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상처를 마주 보고 인간 삶의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는 건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일본 언론들읜 한강의 수상을 관심 있게 보도했다. 일본 전문가들도 한강의 수상을 높이 평가하고 축가하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규슈(九州)한국연구센터 부(副)센터장 쓰지노 유키(辻野裕紀) 준교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부정적 역사를 정면에서 마주해 문학으로서 정교하게 엮은 형태다. 수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강이 "시인이기도 해 매우 다재다능하다"며 "문학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상이 기쁘다"고 했다.
외국 문학에 정통한 도쿄대 명예교수 누마노 미쓰요시(沼野充義)는 "한국인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쾌거"라며 "53세라는 젊은 나이에 나이 든 '남성 권위'를 뚫어낸 수상은 매우 훌륭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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