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보고서
"대통령 거부권은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를 존중하고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산하 연구소 제언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최근 발간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라는 연구보고서에 이렇게 밝혔다.
일명 '거부권'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재의요구권은 헌법에 명시된 조항이다. 헌법 제53조는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기간 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장 연구관은 보고서에서 거부권 행사 유형을 '헌법 위반을 사유로 하는 거부'와 '정책적 부당함을 사유로 하는 거부'로 나눴다.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는 '재정상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와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로 구분했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분석한 결과, 2022년 5월 취임 이후 약 2년2개월간 헌법 위반을 사유로 8차례, 정책적 부당함을 사유로 7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적 사유로 거부한 법안에는 채상병 특검법 2건과 김건희 여사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안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법안으로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양곡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방송3법 개정안 등은 산업 구조의 문제를 심화시킨다거나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등의 정책적 이유를 들어 재의를 요구했다.
장 연구관은 대통령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부권을 대통령의 입법권으로 이해하기보다, 입법과정 내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권력기관 간 상호 협력의 계기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즉, 거부권을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 헌법해석상 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법률안을 거부할 때 국회의 논의를 존중해야 하고 정당한 근거가 없다면 거부를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헌법적 사유가 아닌 정책적 사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국회의 경솔한 입법과 행정부를 침해하는 입법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거부권인 만큼,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거부권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 연구관은 거부권 행사의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헌법을 개정해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결시 재의결정족수를 완화해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하거나 거부권 행사의 구체적인 사유를 법률로 정하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방법 등을 거론했다.
다만 그는 헌법 개정이 여러 차례 좌절된 점,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 제정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제도적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 연구관은 대통령이 헌법 위반으로 법률안을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정책적 사유로 거부한다면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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