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강팀 우승 보고 싶은데"…온라인 예매 애먹는 중장년층

기사등록 2024/10/12 07:00:00

디지털 소외 현상 중장년층으로 확대 추세

"예전처럼 현장 판매하면 밤이라도 샐 텐데"

"온라인 예매 어려워…결국 딸에게 또 부탁"

전문가 "교육 확대하고 기술적 지원 필요"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5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말 KIA 김도영이 우익수 오른쪽 3루타를 날린 뒤 달리고 있다. 2024.09.25.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5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말 KIA 김도영이 우익수 오른쪽 3루타를 날린 뒤 달리고 있다. 2024.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김윤아 인턴기자 = "과거엔 해태(기아 타이거즈의 전신) 경기가 있는 날 일찍 구장으로 가 표를 사면 됐는데 이젠 100% 온라인으로 하더라고요. 앱 설치에 회원가입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라 머쓱하지만 아들에게 한국시리즈 예매를 부탁했습니다. 김도영(21·기아 타이거즈)의 플레이와 기아 우승 장면은 꼭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거든요."

전북 전주시 출신으로 기아 타이거즈의 오랜 팬이라는 박모(66)씨의 말이다.

현재 경기 과천시에 거주 중인 박씨는 "한국시리즈를 보려면 광주까지 가는 열차표와 숙박시설 예약도 해야 하지 않나. 솔직히 말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건 아직 낯설어 자신이 없는데 신경 쓸 게 많아지니 겁이 나더라. 차라리 예전처럼 현장 판매를 하면 전날 밤부터 줄을 서 있을 수도 있는데…"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편리한 세상이 됐다고 하지만, 한편에선 '디지털 장벽'에 가로막힌 중장년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큰 인기를 끌며 출범 이래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KBO)의 포스트 시즌 예매가 중장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장 심화를 잘 보여줬다.

포스트 시즌 예매는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거나 불가능한 이들을 위해 '전화 예매'라는 선택지를 제공하곤 있지만, 전화 예매 좌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표를 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취소표에 한해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현장 판매를 진행하곤 있으나, 현장 판매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매진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수원=뉴시스] 황준선 기자 = 9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8회 초 1사 2루 상황 LG 김현수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대주자와 교체되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09. hwang@newsis.com
[수원=뉴시스] 황준선 기자 = 9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8회 초 1사 2루 상황 LG 김현수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대주자와 교체되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09. [email protected]


LG 트윈스의 오랜 팬이라는 하모(68)씨는 "MBC 청룡 시절부터 응원해 왔는데 지난해 29년 만의 우승도 집에서만 봤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온라인 예매법을 배운다고 해도 손에 익질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니 표를 살 수가 없더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딸에게 부탁해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표를 겨우 구했다.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고,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계속 지적됐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앱과 기기가 고령자 편의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이젠 중장년층까지 확대됐고, 같은 세대 안에서도 개인차가 크다"며 "중장년층의 경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면 기술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립감, 위축감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허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유니버셜 디자인'(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앱에 적용하는 등 디지털 소외 계층의 어려움을 고려해 서비스 개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소외 현상은 한 번의 교육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각 지자체에 있는 평생교육기관 등을 활용해 디지털 소외 계층이 쉽게, 자주 상담·안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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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4/10/12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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