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회용기 반납함, 모르는 사람 태반…쓰레기만 가득[현장]

기사등록 2024/10/13 07:00:00

최종수정 2024/10/13 07:08:17

한강공원에서 배달앱 주문시 다회용기 선택 가능

다 먹은 뒤에는 반납…일회용품 쓰레기 감축 취지

시민들 제도 잘 모르고…포장 번거롭다는 반응도

"인프라 구축 훌륭한 시도…시민 동참 유도해야"

[서울=뉴시스] 한강공원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DB) 2024.10.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강공원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DB) 2024.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김동찬 인턴기자 = "배달 음식을 다회용기로 받을 수 있다고요? 좋은 취지인 것 같긴 한데…그렇게도 주문이 가능한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공원에는 활기가 넘쳤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단위로 모인 이들은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중 상당수는 인근 가게에서 주문한 배달 음식을 먹고 있었다.

떡볶이, 치킨, 곱창 등 배달 음식 대부분이 흰색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었는데 일회용 젓가락이나 종이컵, 투명 플라스틱 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제 막 배달 음식을 주문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공원 한편의 배달구역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들어왔고, 배달 기사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봉투에 담긴 음식을 사람들에게 건넸다.

서울시는 지난달 뚝섬한강공원 내 배달구역 두 곳에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했다. 공원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계획에서다.

이날도 배달구역에는 '한강에서 배달주문은 이제 다회용기로 해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에서 다회용기 주문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다회용기 반납함은 다회용기 대신 시민들이 무단으로 버린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배달구역에서 음식 배달을 기다리던 곽동하(19)씨는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며 "다회용기 반납함이라는 것도 처음 봐서 '이게 뭐지' 하고 들여다보던 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동찬 인턴기자 = 10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내 다회용기 반납함에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다. 2024.10.10. kdc011020@naver.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동찬 인턴기자 = 10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내 다회용기 반납함에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다. 2024.1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뚝섬한강공원 인근 약 100곳의 음식점이 다회용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이츠·배달의민족·요기요·땡겨요 등 배달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다 먹은 그릇은 반납함에 넣어 반납하면 된다.

하지만 가게 사장들은 손님들이 일회용품을 더 선호하니 다회용기를 이용할 일이 적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윤모(57)씨는 "다회용기 포장이 너무 번거로워 지금은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며 "수요가 많으면 방법을 찾을 텐데 고객들 선호도가 너무 낮았다"고 말했다.

중식당 사장 박인홍(34)씨는 "손님이 원하면 다회용기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일반 일회용기보다 가격이 비싼 문제가 있다"며 "반납이 불편하다고 매장으로 항의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자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하고 회수하는 체계를 만들었지만, 현장에서는 고객과 가게 모두 저조한 참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강공원의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시민들의 동참을 유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한강공원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시도라고 본다"며 "시민의식보다는 홍보의 문제다. 한강공원에는 외국인도 많은 만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배달 이용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다회용기 배달의 확산은 매우 중요하다"며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충분히 안내하고, 다회용기보다 일회용품에 비싼 비용을 매기는 등 근본적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안내 현수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내년부터는 홍보도 확대할 예정"이라며 "상인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에 대해서도 개선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에서 매일 평균 3~4톤(t), 주말에는 5~6t의 쓰레기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한 해에만 총 3296t의 쓰레기가 한강공원에 버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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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회용기 반납함, 모르는 사람 태반…쓰레기만 가득[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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