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아버지 한승원 작가 이어 2대째 문인의 길
한승원 "한강 曰, 전쟁 만연…상 마냥 즐겨선 안돼"
'5·18 소년이온다' 역사에 신화적 요소 가미 눈길
[장흥=뉴시스]김혜인 기자 =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소설, 수상 이유가 아닐까요?"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85)가 11일 오전 자신의 집필실이 위치한 전남 장흥군에서 딸의 수상을 축하하며 "한 작가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신세대 소설가"라고 평했다.
한강은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기도 하다. 부녀 작가로도 유명한 이들은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2대가 모두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선배 작가는 전날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크게 놀랐다.
한 작가는 "딸 한테 수상 소식을 직접 듣기도 전에 모 기자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가짜뉴스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황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57살이었는데 비교적 젊은 작가인 저희 딸이 상을 받게 돼 놀랐다"고 전했다.
또 "한강 작가가 '세상이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데 무슨 잔치냐. 상은 즐기라고 준 게 아니기 때문에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며 수상 직후 겸손한 한 작가의 태도를 전했다.
그는 한 작가의 수상 배경으로 '신화·감성적 요소가 더해진 섬세한 리얼리즘'을 꼽았다.
한 작가는 "한강은 신화적인 요소, 환상적인 리얼리즘의 요소를 가미해 문학을 더욱 아름답게 승화한다"고 했다.
'붉은 닻',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 제주 4·3을 그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품 문장에서 환상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 황석영 작가 등 유명 3세대 작가 대신 4세대인 후배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섬세한 감수성을 이유로 들었다.
한 작가는 "내 세대, 제3세대 작가로 황석영씨가 대표적인데 그의 사실주의 소설 특징은 민주화 근대 운동이 한참 일어날 때라 저항적인 요소가 강했다"며 "심사 위원들은 한강의 리얼리즘에 담긴 아름다운 세계를 포착했기 때문에 후세대에 상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 작가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리얼리즘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작가의 리얼리즘 작품관은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 작품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 작가는 "그야말로 5·18 역사를 속속들이 파헤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작가는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였다"며 "그런데 제가 당시 1980년 5월 참혹한 광주의 사진과 동영상을 구입해 책상에 뒀는데, 그것을 딸이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아 작품을 쓴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딱히 자문을 구한 적은 없다. 다만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 5·18기념사업회 관계자를 소개해줬다. 5·18기록관에서 살기도 하고, 5·18 연극인도 찾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방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꼼꼼하게 읽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딸이 작품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공상'과 '고향의 추억'이 한몫 했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선배 작가라고 해서 소설을 가르치거나 내 작품을 자녀에게 읽힌 적은 없다"며 "다만 딸은 학생 시절 방 어두컴컴한 곳에서 종종 공상에 빠지곤 했다. 저는 방학이면 시골에 가서 밭일을 돕게하며 고향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려 했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딸이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문인이 되길 바랐다.
"청출어람(靑出於藍). 강이는 선배 작가인 아버지를 뛰어넘는 훌륭한 작가다. 더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며 "소설을 쓴다는 것은 중노동이기 때문에 항상 건강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소설을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위원회는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역사의 상처와 직면하고 인간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노정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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