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영국 더럼대학 동양박물관은 런던을 제외하면 영국 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동양박물관의 한국컬렉션 형성은 영국의 성직자 리처드 러트(Richard Rutt, 한국명 노대영(盧大榮), 1925~2011)부부의 기증 덕분에 가능했다.
러트 부부의 기증으로 더럼대학의 한국컬렉션이 두 배 이상 확대됐고, 한국실이 독립된 전시 공간을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91년 첫 기증에 이어 2011년과 2024년에도 추가 기증이 이뤄졌다. 상당한 규모와 다양성을 갖춘 러트 기증품을 전시하기 위해 별도의 상설 전시 공간이 필요했고, 2013년 처음으로 동양박물관에 단독 한국실이 문을 열었다. 이를 시작으로 동양박물관은 한국컬렉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관련 행사와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동양박물관 한국실 특별전은 올해 신규 기증품이 최초로 공개됐다.
'함께 엮다, 리처드 러트와 조앤 러트의 한국에서의 삶과 유산'전을 펼친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첫 번째 결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지원으로 채용된 동양박물관 최초의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가 개최한 첫 전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지역별, 기관별 특성에 맞는 한국실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영국 더럼대학 동양박물관의 사례와 같이 해외 유수의 대학 박물관에 대한 지원은 관련 연구 활성화와 대학 및 지역사회 구성원의 참여도 확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각지에 미래의 잠재적 한국 문화 애호가들을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러트 기증품을 중심으로, 1950년대~1970년대 한국 사회와 생활상에 깊숙이 녹아들었던 러트 부부의 삶을 소개한다. 기증품에는 병풍, 가구, 문방구, 복식, 종교 물품 등 부부가 한국 거주 시절에 실제 사용했던 생활용품부터 선물 받거나 수집했던 작품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리처드 러트의 흑백사진 자료가 풍부하게 공개됐다. 리처드 러트는 한국에 머무르던 20년의 시간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남겼다. 이들 사진에는 성직자로서의 역할, 한국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 한국 문화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다채롭게 나타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사진들은 타임캡슐처럼 당시 한국의 생활상이나 사라져가던 풍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20세기 중후반 시각 자료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신규 채용된 동양박물관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는 소장품 연구 및 신규 입수 확대를 바탕으로 2026년을 목표로 한 한국실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시는 2025년 5월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