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형법·형사소송법 법전 비교하며 설명
제1원칙 '있는 그대로 설명'…제2원칙 '거리 유지'
서울남부지법, 외국인 피고인 통·번역사 70명 배치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피고인은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을 하십시오."
"Xiang Yi Shi…"
전날(8일) 오후 4시께 서울남부지법 408호 법정 안. 재판장 한가운데인 증인석에 앉은 김모(41)씨는 차분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중국어를 쏟아냈다. 재판부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피고인은 김씨가 말을 시작하자 몸을 기울여 청취하는 모습이었다.
모국어인 중국어로 통역을 해준 덕분일까. 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황을 파악한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후 변론을 시작했다.
"타지에서 재판 받아 이해도 어려울 거예요. (언어 장벽으로) 피고인이 한 치의 억울함도 느끼지 않도록 고도로 축약된 법정 용어를 통역하는 게 저희 일입니다."
뉴시스는 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원에서 통역을 맡는 사법통역사를 만났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중국어 통·번역을 맡은 지 8년째에 접어들었다는 사법통역사 김씨는 외국인 피고인에게 '외계어' 같은 한글 법정 용어를 번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채 이해하기 힘든 법률 용어가 많을진대, 언어의 장벽까지 더해진 외국인 피고인이 이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게 실상이다.
이들의 '모국어'로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김씨는 이날도 양국의 형법·형사소송법을 법전을 동시에 살펴봤다.
"Xiang Yi Shi…"
전날(8일) 오후 4시께 서울남부지법 408호 법정 안. 재판장 한가운데인 증인석에 앉은 김모(41)씨는 차분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중국어를 쏟아냈다. 재판부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피고인은 김씨가 말을 시작하자 몸을 기울여 청취하는 모습이었다.
모국어인 중국어로 통역을 해준 덕분일까. 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황을 파악한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후 변론을 시작했다.
"타지에서 재판 받아 이해도 어려울 거예요. (언어 장벽으로) 피고인이 한 치의 억울함도 느끼지 않도록 고도로 축약된 법정 용어를 통역하는 게 저희 일입니다."
뉴시스는 9일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외국인을 대상으로 법원에서 통역을 맡는 사법통역사를 만났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중국어 통·번역을 맡은 지 8년째에 접어들었다는 사법통역사 김씨는 외국인 피고인에게 '외계어' 같은 한글 법정 용어를 번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채 이해하기 힘든 법률 용어가 많을진대, 언어의 장벽까지 더해진 외국인 피고인이 이를 단번에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게 실상이다.
이들의 '모국어'로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김씨는 이날도 양국의 형법·형사소송법을 법전을 동시에 살펴봤다.
그렇다고 해도 '통·번역'이 '포장'으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고 김씨는 선을 그었다. 각종 미사여구를 더하거나 과거 판례를 활용해 쉽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살을 붙이는 작업'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씨는 "용어가 가지는 본래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며 사법 통역의 '제1원칙'은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설령 피고인이 두세 번 물어 다시 설명하는 한이 있더라도 김씨는 해당 원칙을 고수한다고 했다.
'석방'처럼 한두 차례 설명해서 이해되는 단어도 있지만, 문제는 생전 처음 들어볼 법한 단어나 양국 간 다른 의미로 쓰이는 단어를 마주할 때다.
가령 '보석 신청'의 경우 국내에는 있지만 중국에서는 다른 개념으로 존재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보석 제도 자체는 중국에도 있지만 단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고 부연했다.
또 ▲공탁(법령의 규정에 따라 금전이나 유가증권 등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일정한 법률 효과를 불러오는 것) ▲후단 경합범(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 중 전단 내용을 추가·보완한 규정) 등 생경한 단어를 마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김씨의 해법은 명료하다. 먼저 국내 형사법·형사소송법 등 법전을 펼쳐본 뒤 중국 법전을 차례로 훑어보는 것이다.
다만 중국 판결문을 입수할 수 없다는 고충이 뒤따른다. 때문에 김씨는 신문과 언론 보도로 해설·가공된 내용을 토대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제는 '산전수전' 다 겪은 8년차 베테랑 김씨도 피고인·증인 신문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1차 공판이나, 결심 공판, 선고 기일보다 새로운 자료가 속출하는 피고인·증인 신문이 가장 어렵다"며 "생뚱맞은 상황이나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둘 다) 약간 당황할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여느 변호인과 같이 공소장을 자주 들여다보고 구속된 피고인과 접견하기 위해 구치소로 자주 향하는 김씨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제2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했다. 피고인과 접촉이 잦아질수록 감정적인 유대감이 생길 수 있어서다. 적절한 거리를 두기 위해 김씨는 법정에 오는 날에는 검은색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이 취재원과 거리를 두기 위해 '불가근 불가원'을 지키는 것처럼,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딱하게 보일 수 있고 동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야 하는 게 이 직업의 철칙입니다. 저희는 '그림자'입니다."
한편, 중국어·영어·일본어·러시아어 등을 통·번역하는 '그림자' 사법통역사는 서울남부지법에 70여명 존재한다. 이 중 김씨처럼 중국어를 담당하는 이들은 22명이고, 다음으로 많은 건 영어 담당자(19명)다. 이들은 대법원에서 매년 치러지는 연말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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