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문해력 부족 문제 대두되자
시간 내어 서점 방문하고 필사 시작
전문가 "글쓰기·토론 연습도 도움 돼"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김윤아 인턴기자 = "요즘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니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느껴요. 이젠 일부러 시간을 내 책을 읽으려고요."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12시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서점은 직장인들로 붐볐다.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을 찾은 회사원 김경준(30)씨는 "회사 동료 중에서도 잘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가 서류에 등장하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며 "의식적으로 활자를 가까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소년 및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 후, 청년층 사이에서 독서·필사 열풍이 불고 있다.
이날 서점에서 주간지를 읽던 회사원 홍모(36)씨는 "오랜 시간 글을 집중해 읽지 못하는 데서 문해력 문제를 느낀다"며 "'쇼츠' 등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져서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남는 시간에 틈틈이 책이나 신문을 읽으려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은택(15)군 역시 "교과서 등 일상생활에서 모르는 단어를 많이 마주친다"며 "책을 많이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서점을 찾았다"고 했다. 이군은 어휘 관련 책들이 가득 꽂힌 책장 앞을 한참 서성였다.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필사도 청년층 사이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직장인 황모(31)씨는 "친구들과 함께 '필사 스터디'를 결성해 매일 한 편의 글을 따라 쓰고 있다"며 "십여년 만에 다시 펜을 잡으니 낯설기도 했지만 직접 문장을 옮겨쓰다 보니 틀리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향상되고, 생각 정리도 된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처음엔 입사 시험 준비를 위해 시작한 필사지만 지금은 하나의 취미가 됐다. 좋은 문장과 단어를 수집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청년층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낯설어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독서나 필사 등의 시도는 긍정적이다. 이 외에도 직접 글을 써보거나, 토론을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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