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늪·반도체 불황에 고난 겪어
HBM 투자…AI 핵심기업으로 키워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적자의 늪', '만년 2위'
SK하이닉스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현대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에 따랐던 닉네임이다.
1위인 삼성전자와 메모리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엄청난 부채로 인수 대상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차라리 메모리 선두인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의견마저 들렸다.
하지만 SK그룹에 안긴 'SK하이닉스'는 절치부심했다.
급기야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반도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주도하며 이젠 명실공히 AI 시대의 핵심 기업이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983년 설립한 현대전자를 모태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1984년 국내 최초로 16kb S램 시험 생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일으켰다.
현대전자는 1989년 당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위를 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1995년에는 세계 최초의 256Mb SD램을 개발하며 경쟁사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만 해도 현대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이끌 주자로 기대됐다.
하지만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들의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들의 수를 줄였다.
LG반도체 인수 후 기업 규모가 너무 커진 현대전자는 부채가 급격히 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반도체 불황까지 번졌다. 결국 2001년 현대전자는 현대그룹에서 분사했고,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하이닉스는 임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나서며 돌파구를 마련하려 애썼다. 급기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실적 악화로 또 한번 위기를 맞는다. 메모리 반도체 1위는커녕 회사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 품에 안긴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들과 스터디 모임을 가질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
SK하이닉스는 1년 뒤인 2013년 업계 최초로 HBM(1세대)을 개발했다. 이후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 등 다른 글로벌 메모리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나홀로 HBM의 고속 성장시대를 끌어갔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M14, 2018년 M15, 2021년 M16 등 첨단 공장을 잇따라 준공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크게 늘렸다. 동시에 HBM3, HBM3E 등 차세대 HBM의 최초 개발에도 성공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독보적인 위치다. 전체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12.8%포인트에서 2분기에는 8.4%포인트로 줄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HBM 판로 부족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으로 6조7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만년 2위에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핵심 요인으로 '적재적소 투자'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오랫동안 2위 자리에 머물렀던 만큼, 돌파구를 찾기 위해 R&D에 과감히 투자해 왔다"며 "앞으로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지위는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현대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시절에 따랐던 닉네임이다.
1위인 삼성전자와 메모리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았고, 엄청난 부채로 인수 대상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차라리 메모리 선두인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의견마저 들렸다.
하지만 SK그룹에 안긴 'SK하이닉스'는 절치부심했다.
급기야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반도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주도하며 이젠 명실공히 AI 시대의 핵심 기업이 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983년 설립한 현대전자를 모태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1984년 국내 최초로 16kb S램 시험 생산에 성공하며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일으켰다.
현대전자는 1989년 당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위를 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1995년에는 세계 최초의 256Mb SD램을 개발하며 경쟁사들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만 해도 현대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이끌 주자로 기대됐다.
하지만 1999년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들의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들의 수를 줄였다.
LG반도체 인수 후 기업 규모가 너무 커진 현대전자는 부채가 급격히 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반도체 불황까지 번졌다. 결국 2001년 현대전자는 현대그룹에서 분사했고,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하이닉스는 임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꾸준히 기술 개발에 나서며 돌파구를 마련하려 애썼다. 급기야 2003년부터 2007년까지 17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실적 악화로 또 한번 위기를 맞는다. 메모리 반도체 1위는커녕 회사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 품에 안긴 배경에는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들과 스터디 모임을 가질 만큼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
SK하이닉스는 1년 뒤인 2013년 업계 최초로 HBM(1세대)을 개발했다. 이후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 등 다른 글로벌 메모리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나홀로 HBM의 고속 성장시대를 끌어갔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M14, 2018년 M15, 2021년 M16 등 첨단 공장을 잇따라 준공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크게 늘렸다. 동시에 HBM3, HBM3E 등 차세대 HBM의 최초 개발에도 성공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독보적인 위치다. 전체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12.8%포인트에서 2분기에는 8.4%포인트로 줄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HBM 판로 부족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으로 6조7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만년 2위에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핵심 요인으로 '적재적소 투자'를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오랫동안 2위 자리에 머물렀던 만큼, 돌파구를 찾기 위해 R&D에 과감히 투자해 왔다"며 "앞으로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에도 불구,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지위는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