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도쿄 연락사무소 설치도 "구체적 답변 삼가겠다"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신임 총리는 이달 말 치러질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급진적 정책을 자제하는 등 현실 타협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실 노선' 수정이 두드러졌다고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중의원 대표 질의에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주창했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생각을 누차 말해왔으나, 하루 아침에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걸음 물러선 답변을 내놓았다.
이시바 총리는 "일국의 총리로서 우선은 긴급한 외교·안보 상 문제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일 동맹 강화에 대해서는 "동맹국·동지국 간 네트워크를 유기적·중층적으로 구축해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전 아시아판 나토,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미일 동맹 강화 기조에 흠이 될까 마찬가지로 톤을 낮춘 양상이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평양과 일본 도쿄(東京)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총재 선거 공약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이는 납북 일본인 피해자 가족 모임 등이 강력하게 반대한 문제다.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선택적 부부별성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 국회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추가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 여부에 관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구체적인 방향성, 시기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 "나는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부부별성 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민당 지지층인 보수층의 반대를 의식한 듯 톤을 낮춘 모습이다.
닛케이는 "아시아판 나토와 선택적 부부별성 등에 관해 전 정권 입장에 근접한 '현실 노선'으로의 수정이 눈에 띄었다"고 짚었다.
한편 야당도 총선을 앞두고 현실 타협 노선을 택했다. 보수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제1 야당 입헌민주당은 지난 7일 중의원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원자력발전 부분이다. 새로운 원전 증설, 현지 합의 없는 재가동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화석연료에도 원전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데 그쳤다. 이는 입헌민주당 당 강력에서 규정하고 있는 "원전 제로(0)"에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중의원 선거는 오는 15일 고시돼 27일 투·개표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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