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예술 프로젝트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박정근 개인전

기사등록 2024/10/08 10:42:30

12일 '깨지기 쉬운 섬세한 것들의 메아리' 음악회도 진행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해녀를 관찰한 '사진'과 변화하는 바닷속 생태계의 '소리'를 접목해 기후위기를 통찰한 전시회가 열린다.

시각예술과 사운드, 음악을 결합한 이 기후위기 프로젝트는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 서귀포시(시장 오순문)는 11월30일까지 문화공유공간 스페이스 칠공에서 박정근 작가의 영상(2점)과 해녀 사진(18점)으로 구성된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전시를 개최한다.

기후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된 이번 박정근 작가의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전시는 전시와 음악회, 두 가지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박정근 작가는 제주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녀’를 주제로 작업해 왔다. 해녀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그의 ‘해녀’ 작품들은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몇 십 년이라는 긴 시간을 바닷속에서 살아온 해녀야말로 바다의 변화를 몸소 체감하는 기후위기의 목격자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박정근 작가의 이전 해녀 작품인 '잠녀' 사진 작품과 신작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영상으로 구성된다. '잠녀'는 기존의 해녀이미지를 탈피하여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해녀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의 전작이 기존 해녀 표상과 달리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해녀를 담아냈다면, 이번 신작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는 기후위기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제주 바다의 현실을 목격했던 해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포트레이트 형식의 전작과 함께 전시되는 환상적 효과가 가미된 실사 영상 및 애니메이션이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이다. 

메인 영상 작품에는 바닷속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 온 성산읍 온평리 해녀들이 겪은 바다의 변화 과정, 즉 미역·감태 등이 가득했던 바다가 백화현상이 심각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해녀가 서술하는 서귀포시 온평리 작은 마을에서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을 따라가면 현재 우리의 삶이 만들어지기 위해 대가로 치러야 했던 바다의 변화와 기후위기, 인류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지역의 경험과 목소리를 통해 거대 의제를 실감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오는 12일 오후 5시에는 박정근 작가가 대표로 있는 아트랩 틈이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획하고, 월드뮤직밴드 계피자매와 협업한 기후위기 음악회 'Echos of Fragility: 깨지기 쉬운 섬세한 것들의 메아리'가 진행된다.

이 음악회는 기후위기 시대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음악 프로젝트이다. 박정근 작가는 기후위기로 인해 변화하는 생태계의 소리를 포함해, 인간의 청각 범위를 벗어난 다양한 소리를 특수 마이크로 채집해 재구성한다.

이는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던 비인간 존재들의 세계를 ‘소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자 인류세 시대에서 인간중심의 사유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다.

박정근 작가는 "이 공연은 자연을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오만이 깨어진 기후위기 시대에서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통해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영역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라면서 "관객들이 이 세계와,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존재들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던져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 참여 신청이 필요하다. 관련 문의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하면 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예술'을 매개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제주의 상황을 대중적으로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제주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하고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기후위기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실감하고 있는 지역으로, 서귀포시에서는 ‘대한민국 기후위기 1번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기후위기라는 전세계적 의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대중들이 개인의 일상과 유리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기후위기를 실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기후예술 프로젝트’를 근 몇 년간 지속하며 기후위기와 관련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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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예술 프로젝트 '해녀보다 빨리 늙는 바다', 박정근 개인전

기사등록 2024/10/08 10:42:3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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