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라도 먹을 수밖에" 아프리카가 식량난에 내린 조치

[서울=뉴시스]유화연 인턴 기자 = 아프리카 남부 국가들이 가뭄으로 굶주린 시민들을 먹이기 위해 코끼리와 다른 야생 동물을 도살하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나미비아 환경산림관광부는 굶주린 시민들을 먹이기 위해 국립공원에서 총 700마리 이상의 하마, 코끼리, 얼룩말 및 기타 동물을 죽이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짐바브웨 공원 및 야생동물 관리국 ‘짐파크’에서도 코끼리 200마리를 죽여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16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에 따르면 엘니뇨(해수가 따뜻해지는 현상)로 인한 가뭄의 영향으로 이 지역의 약 6800만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 지역의 2월은 100년 만에 가장 건조한 달이었으며, 농작물 생산에 중요한 시기에 평소 강수량의 20%만을 기록했다. 나미비아 인구의 절반이 식량 지원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나미비아, 말라위, 레소토,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앙골라, 모잠비크, 에스와티니,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가뭄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끼리, 하마 및 기타 야생 동물을 정기적으로 소비하지는 않지만, 가끔 식량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동물들을 죽이는 것이 식량난과 물 부족을 완화하고 가뭄 피해 지역에서 지역 주민과 야생 동물 간의 갈등을 줄이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미비아 당국은 전문 사냥꾼과 사파리 업체를 고용해 도살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 데이터인 8월 26일 기준으로 이미 262마리의 동물이 도살돼 약 12만5000파운드의 고기가 생산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이에 환경·동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비영리 동물복지단체인 세계동물보호국의 아프리카 담당 이사 테니슨 윌리엄스는 “가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코끼리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긴급한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온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부 아프리카의 지역 사회는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다른 환경보호자들 역시 대량 사냥이 일반적으로 모계 중심인 코끼리 무리의 복잡한 사회 구조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