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중국 정부가 학교 교사들에게 여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국주의 교육 강화 흐름 속에서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들이 서방의 이념이나 풍조에 물드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쓰촨성, 광둥성 등 현지 내 6개 도시 교육부는 "올해부터 개인 해외여행 관리 제도의 적용 범위가 유치원, 초·중·고교와 대학교, 지방정부,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까지 확대됐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렸다.
앞서 중국은 2003년부터 개인 해외여행 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이 제도에 따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여권 정보를 수집해 누가, 얼마나 자주, 어디로 해외여행을 가는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해외여행에 대한 자체 규칙도 설정할 수 있다.
당초 시 주석이 일상생활에서의 국가 개입과 공무원들의 부패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기밀정보를 주로 접하는 중간·고위급 공무원의 여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정부 차원의 해외여행 제한이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넘어 각 학교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FT가 인용한 중국 쓰촨성 서부 한 도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와 공공부문 직원 모두 여권을 제출하라고 들었다"며 "해외여행을 가고 싶으면 시 교육청에 허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승인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허난성의 또 다른 교사는 소셜 미디어()에 "나는 영문학을 전공해 평생의 꿈이 영어권 국가를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이젠 그 꿈이 산산조각 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해외여행 통제가 교사들에게까지 확대된 데는 시진핑 집권 이후 학생들에게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심어주는 정치·사상 교육이 잘못될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사들이 잦은 해외여행을 통해 중국 공산당에 반하는 이념을 접할 경우 그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충성심 교육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동부 원저우시 오하이구 교육국이 지난 3월 공지한 '교사들을 위한 사전 여행 지침'은 교사들이 해외를 여행할 시 당국에서 금지하고 있는 파룬궁의 영적 운동이나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접촉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교사가 해외여행을 하려면 먼저 학교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매년 '20일 미만, 1회성 여행'으로 제한된다.
만약 여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가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면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국 당국의 부패 방지 기관에 회부돼 2~5년간 여행이 금지될 수도 있다. 심지어 당국에 제출한 여권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T는 "일부 지역 교사들은 10년 이상의 여행의 자유를 잃었다"며 "개인 해외여행 관리 제도는 올 여름부터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