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고까지…실체 드러난 '명문대 진학 성과급' 전수조사 시급

기사등록 2024/10/08 07:00:00

뉴시스, 민주 진선미 의원과 전국 교육청 전수조사

명문대 특정해 교사 간에 몇 배 넘게 '차등 성과급'

대전 A고, 동문이 직접 교사 계좌로 성과급 보내줘

"교사 간에 위화감 조성"…"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고교 단 2개 적발 과연 전부일까"…전수조사 촉구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그간 교육계에서 소문이 무성하던 명문고 '진학 성과급'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부 사립고에서 운영되다 학벌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고교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뉴시스는 지난달 초 교육계에서 진학 성과급을 주는 고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전수 조사를 요구했고 그 결과를 8일 공개했다.

적발된 곳은 대전 공립 A고, 경북 사립 B고 두 곳이다. B 고교는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특권을 가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이며, A 고교도 지역 명문고로 알려졌으며 최근 교육부 '자율형 공립고 2.0'에 선정됐다.

A 고교는 올해 서울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년도 수시전형에서 전국 일반고 가운데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다고 홍보했다. 이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OO선생님상'은 '서울대 진학 시 금메달, 연세대·고려대 등은 은메달,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는 동메달' 식으로 교사의 실적을 매기고 '1등' 교사에게 160만원을 줬다.

심지어 금품은 학교에서 적법한 기부금(학교발전기금)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동문 개인이 포상자로 선정된 교사 개인에게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는 2008년부터 운영됐고 현재도 내규가 유효하다.

혹자는 제자를 명문대 많이 보낸 교사를 치하하는 게 잘못이냐,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 아니냐 말한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 이런 성과급을 주고 받는 행태가 위법한 금품수수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장은 A고에서 성과급을 수수한 교사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법 자문위원 출신인 이 회장은 "현재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는 단돈 1천원짜리 커피 쿠폰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며 "학부모나 동문이라도 사돈의 팔촌이든 누구든 그 학교에 재학하고 있을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립학교는 교사들이 통상 5년 주기로 전근을 가는 만큼 학교 안에서 이런 제도가 관행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사가 개인 계좌로 돈을 받았을 때 처리를 얼마나 적법하게 했는지 의심이 되고, 서열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 교사 집단 내에서 자성이 없다는 게 참담하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경북 자사고 A고가 제출한 2015~2016학년도 '재단진학성과급' 지급기준안 중 고3 교사의 지급액수를 재구성한 내용. (자료=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10.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경북 자사고 A고가 제출한 2015~2016학년도 '재단진학성과급' 지급기준안 중 고3 교사의 지급액수를 재구성한 내용. (자료=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4.10.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뿐만 아니라 대전 A고는 진 의원실 측에 그간 진학 성과급을 받았던 교사들이 국세청에 별도로 기타소득 수입신고(세금 납부)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무리 진학 지도 열기를 높이려는 격려금 성격이 있다고 그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더라도 적법 절차를 어겨 가면서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열화를 부추기는 행태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A고와 함께 적발된 경북 B고에서도 적어도 2015~2017학년도에 서울대 진학 실적을 잣대 삼아 교사들에게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성과급의 차이는 많게는 4배 이상 벌어지는 해도 있었다.

관할 경북도교육청은 "교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파행적인 운영이 우려된다"고 했다.

'파행 운영 가능성'의 한 예로는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를 꼽을 수 있다. 교육계에서 지금도 고교 간 격차 확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어느 학교를 다니든지 원하는 과목을 듣고 진학에도 불이익이 없어야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고교 현장마저 마치 사교육 시장처럼 성과급을 줘 가면서 명문대 진학에 열을 올린다면, 대입에 유리한 과목 선택을 유도하거나 우열반을 편성하는 등 교육과정을 파행 운영할 개연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런 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서울대는 금메달'이고 '연·고대는 은메달'이라는 식의 논리가 과연 외부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적발된 A고가 자공고인 점도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는 교육력을 제고하고 지역의 소멸 위기를 해소할 기제로 자공고를 확대, 강조하고 있다. 지역 내 기업, 기관, 대학과 협약을 맺고 그 협약에 따라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만약에 진학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 내지는 학교 전체에 지급하는 발전기금을 주겠다는 협약이 체결된다면 이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회장은 "자공고는 교육 기회 균등을 위해 질 높은 교육을 공립학교에서도 제공한다는 취지"라며 "정부는 지역 기업과 협약을 맺으면 입학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 지역의 교육 생태계가 '경쟁' 강조에 편중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고교 두 곳이 10년 이상 진학 성과급을 운영해왔던 만큼, 일선 고교 현장의 도덕적 해이와 은폐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와 관할 교육청들이 보다 정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 의원은 "교육 현장은 그 어떤 곳보다 투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가 자체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해 명문대 진학만을 위한 파행적 운영을 꾀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벌어지는 부정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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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고까지…실체 드러난 '명문대 진학 성과급' 전수조사 시급

기사등록 2024/10/08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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