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게시물 올려…"경찰과 시민 죽이는 지시"
젊은 경찰들 블라인드에 청원 공유해 동의 받아내
일각에선 '정치적 목적의 탄핵 청원' 지적 나와
전문가들 "업무가중 조직구조 문제, 과감한 개편 필요"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김다연 인턴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을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경찰 내부가 시끄러운 모습이다. 명확한 계급 사회인 경찰 조직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경찰 조직이 형성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탄핵 청원이 경찰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지난 2일 오후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자는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다. 그는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사람(조지호 경찰청장)이, 오히려 경찰관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국회에)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지난달 26일 현장경찰관(지역 경찰)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해, 경찰 내부는 폭발 직전"이라며 "이 지시는 사무실과 순찰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징계를 먹이겠다는 내용이며 경찰과 무고한 시민의 교통 사망사고를 부르는 위법, 부당한 지시"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달 26일부터 경찰청이 시행한 ‘지역 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에는 2시간 이상 순찰차 정차 시 112시스템 폴맵(경찰 내부망 지도)에 사유를 입력하고, 순찰차 시간대별 임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2시간마다 차량 이상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
대책 시행 후 이에 반발하는 경찰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것에 대한 개선책은 없고 허울 좋은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로 젊은 경찰들이다. 이들은 블라인드에 해당 청원을 공유해 빠르게 1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냈다.
반면 정치적인 청원이라는 내부 의견도 존재한다. 경찰 업무의 최우선인 사건 예방과 관련된 대책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 지적을 보고서가 아닌 국회 청원으로 진행해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이슈로 경찰 조직에서도 세대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은 계급 사회로 업무 처리에 지시 지휘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경찰 조직 문화"라면서 "탄핵 청원을 올렸다는 것을 보고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MZ세대, 새로운 경찰들이 많이 충원되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바로 말하는 소통의 시대에 와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마 경찰 지휘관들도 고심이 많을 것이다. 또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탄핵 청원이 업무 가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장 탄핵이 아닌 경찰조직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가중은 청장 때문이 아니라 경찰의 조직 구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라며 "경찰조직 구조를 개편하자는 탄원을 해야지 탄핵을 할 게 아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경찰관 1명이 담당하는 국민의 수 320명대로 일본,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 비슷하다"면서 "인력 부족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내근 인력이 우리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근본적인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업무가 편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어디는 한가한 반면 어디는 바쁘게 일하는 등 합리적인 업무 배분이 일어나고 있다"며 "청장이 뚝심 있게 인력 배분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고 유능한 경찰들이 기동대 버스 안에서 대기만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좀 과감하게, 시대에 맞게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들이 충분히 고려가 돼야 하는데 되지 않아서 불만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며 "상징적인 의미로서 청장을 상대로 고함을 질러볼 수는 있으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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