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그거 알지? 그거 있잖아, 그거."
모든 사물은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따라 꽤나 떠들썩하고 야심차게 태어난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며 너무 흔하고 하찮아진 사물은 이름 대신 '그거'라 불린다.
피스라는 단어에는 골자, 핵심이란 뜻도 있다.
식감과 맛을 해치는 불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 떼버리는 귤락에 귤의 영양소가 꽤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우리가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것과 귤락을 버리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책 '그거 사전'(인플루엔셜)은 귤껍질의 '그거'부터 피자를 구하는 '그거'까지 모든 사물의 이름과 의미와 쓸모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에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매일 사용하지만, 이름을 몰라 부르지 못했던 그거들의 이름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어느 날 샴푸 용기의 펌프가 눌리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C자 모양 플라스틱 그거의 이름이 궁금해진 저자의 눈에 일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그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거'라 불리는 작은 물건들의 이름을 되찾아주려고 제조사에 전화하고, 사전을 뒤지며, 100년도 더 된 특허 서류를 파헤쳤다.
이 책은 이름에서 시작하지만,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뻗어간다. 카레 담는 그릇 그거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커리라는 음식이 처음 시작된 인도로 무대를 옮긴 뒤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 기억 속 노란색 카레가 개발된 한국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문학 작품부터 성경, 쿠란을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소하지만 즐겁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의 뒷모습도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