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터널망 등 파괴 제한 작전" 강조
전쟁은 그 자체로 생물…어떻게 전개될 지 알 지 못해
과거 3차례 침공 작전 모두 실패…헤즈볼라만 키워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지상 작전이 장기적인 수렁에 빠질 위험이 큰 도박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지대의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 전략이 실현 가능한지 불분명하다. 이번 주 레바논 남부 침공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이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헤즈볼라는 여전히 막대한 무기와 수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대적인 공습과 국경 마을에 대한 제한적 지상 공격만으로는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기 힘들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고 군대를 주둔하면 헤즈볼라가 계속 공격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지지를 확보해 다시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후세인 이비시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지상 작전을 지속하면 헤즈볼라가 원하는 것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 공격에 헤즈볼라는 아직 본격적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여전히 재결집해 대규모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이 헤즈볼라의 지하 터널 망과 무기고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규모 지상전을 벌일 계획이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전쟁은 그 자체로 생물이다. 이스라엘 한 당국자는 “우리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전면전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1982년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제한적 작전만을 계획했던 이스라엘 군이지만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추격한 끝에 레바논 깊숙한 수도 베이루트를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레바논 남부 완충지대로 물러났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장기전을 치른 끝에 2000년 철수했다.
또 1978년과 2006년 레바논 남부를 침공했을 때도 레바논에 큰 피해를 입혔으나 항구적인 안보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지상 작전의 최종 목표가 헤즈볼라의 레바논 남부 철수와 무장해제, 레바논 정부군 및 유엔군의 국경지대 장악을 내용으로 하는 종전합의라고 밝힌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지 않게 되면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종전합의도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자 지구 하마스를 지원하는 로켓 발사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몇 달 동안 노력해온 가자 전쟁 휴전 중재 노력은 김이 빠진 상태다.
레바논 종전합의를 이루는 당사자가 누가 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 등 여러 고위 지휘관들을 이스라엘이 제거한 때문에 헤즈볼라는 현재 혼란에 빠져 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전쟁 전문가 오퍼 프리드먼은 “합의가 이뤄지려면 이스라엘, 헤즈볼라 조직, 이란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은 생물”이라며 “이스라엘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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