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1차전, 두산 타선 압도…데일리 MVP 선정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빅게임 피처'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가 이번 가을야구 첫 판에도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쿠에바스는 2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두산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안타는 단 4개만 내주고, 사사구는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9개를 솎아냈다.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3⅓이닝 4실점) 이후 닷새 만에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최고 시속 150㎞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고루 섞어 던졌다. 투구 수는 103개.
쿠에바스는 큰 경기에 더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투수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6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2.87을 작성했다.
이번에도 KT는 가을야구 첫 경기를 쿠에바스에게 맡겼다.
팀이 5위로 WC에 올라 이날 비기기만 해도 탈락이 확정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쿠에바스는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1회초 타선이 대거 4점을 뽑아내며 넉넉한 리드를 안고 출발한 쿠에바스는 1회말 위기를 만났다.
첫 타자 정수빈에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한 뒤 김재호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 2루에서 쿠에바스는 제러드 영과 마주섰다. 제러드의 강습 타구가 1루수 오재일의 미트에 걸려들면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계속된 1사 1, 2루에서 김재환, 양석환에 연달아 땅볼을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했다.
1회말 위기를 넘긴 쿠에바스의 피칭은 더욱 힘이 붙었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두산 타자들을 요리해냈다. 2회에는 강승호와 허경민, 김기연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3회에는 첫 타자 조수행이 기습 번트를 시도하자 쿠에바스는 재빨리 달려가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이때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오윤석의 포수 실책으로 선두 타자를 내보냈다.
조수행의 2루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쿠에바스는 흔들림이 없었다. 1사 2루에서 김재호를 뜬공, 제러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두산에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았다.
4, 5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한 쿠에바스는 6회 세 번째 마주 선 선두 타자 정수빈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1사 후엔 제러드에 우전 안타를 통타 당해 1사 1, 3루에 몰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쿠에바스는 두산의 추격을 용납하지 않았다. 상대 4번 타자 김재환에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걸치는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빼앗고, 후속 양석환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낸 뒤 크게 포효했다.
쿠에바스는 팀이 4-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KT는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 두산을 4-0으로 눌렀다. 쿠에바스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의 피칭에 대해 '2021년 삼성 라이온즈와 벌인 1위 결정전 느낌이 났다'고 평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이틀 쉬고 등판해 삼성 타자들을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고, 팀에 우승을 안겼다.
쿠에바스는 이 감독의 평가에 "좋은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오늘은 예전 경기를 생각하지 않고 던지려고 했다. 그런 생각으로 던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큰 경기에 강한 비결에 대해서는 "너무 큰 경기라 생각하면 부담을 느낀다. 최대한 차분하게 하고 싶었다"며 "정규시즌 한 경기를 더 한 다고 생각하면 마운드에서 차분해질 수 있다. 그 덕분에 큰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6회 투구를 마친 뒤 쿠에바스는 승리를 예감하듯 크게 포효했다. "마지막 타자 (양석환을) 상대할 때 땅볼, 뜬공이 아닌 삼진을 꼭 잡고 싶었다. 팀 동료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파이팅을 주고 싶었다"는 쿠에바스는 "내가 잡은 아웃카운트로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면서 일깨워주고 싶어서 더 제스쳐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은 우리의 결과가 어떻든 항상 응원하고, 격려해주신다.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제스쳐를 보냈다"며 미소지었다.
KT의 가을이 계속되기 위해선 3일 열리는 WC 2차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2차전에서 패하면 포스트시즌에서도 탈락한다.
쿠에바스는 "내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선수들을 많이 응원하려고 한다"며 "최대한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많이 던지고 싶다. 경기 수도 생각하지 않고 계속 던지고 싶다"며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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