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보고서, 단말기 지원금 규모 줄었지만 요금할인이 상쇄
"지원금 차별 완화, 알뜰폰 활성화 등 긍정적 역할도"
"법 폐지 논의, 데이터 기반해 이용자 중심으로 해야"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이용자 혜택이 이전 대비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말기 지원금 규모는 줄었지만 요금할인이 이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이에 단순히 단통법으로 지원금 규모가 감소해 이용자 혜택이 줄었고, 법이 폐지되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방식의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단말기유통법과 이동통신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법 시행 이전 이용자 혜택은 5조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다 법 시행 이후에는 전체 단말기 지원금 규모가 연간 약 2조원 규모로 3조6000억원 정도 줄었을 것으로 계산됐다.
KISDI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의결 자료와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지원금을 규모를 산정했다. 법 시행 이전의 지원금은 2009년, 법 시행 이후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의 평균 금액을 산정해 비교했다.
보고서는 법 시행 이전에는 연간 공시지원금(약정보조금)이 연간 약 1조9000억원, 추가지원금(약정외 보조금)이 약 3조7000억원 지급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법 시행 이후 각각 1조7000억원과 300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단통법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들을 위한 25% 요금할인 혜택(선택약정)이 도입되면서 연간 3조4000만원 규모의 이용자 혜택이 새로 추가되면서 이용자 혜택 감소 규모를 상쇄했다. 소비자들은 지원금 또는 25% 요금할인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약정 할인율은 12%로 시작했으나 점차적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20%에서 25%까지 상향 조정됐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 전체 혜택을 따져보면 2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단통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불법지원금이 존재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이용자 혜택 감소분은 2000억원 보다 작거나, 오히려 혜택이 증가했을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번호이동 가입자’, ‘고가요금제 가입자’, ‘단말기 교체 가입자’들에게 집중되던 혜택이 그렇지 않은 가입자에게도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되는 되면서 긍정적 역할도 했다.
보고서는 이통사 간 경쟁 저하의 근거로 지목되는 '번호이동' 감소와 관련해서는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단말기 가격 상승으로 사업자 전환(번호이동)을 활용한 단말기 교체의 용이성을 감소시켰을 수 있고, 또 결합상품의 확산으로 위약금 구조 및 가격비교가 복잡해져 번호이동이 쉽지 않은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요금할인 등 장기가입자 혜택도 번호이동 유인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단통법의 긍정적 역할로 저렴한 요금을 내놓는 알뜰폰을 활성화를 꼽았다. 이를 통해 시장 집중도가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동통신 업계1위인 SK텔레콤의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은 2014년 말 47.1%에서 2023년 말 40.9%로 6.2%포인트(p) 감소했다. 이에 반해 알뜰폰 점유율은 같은 기간 7.7%에서 15.5%로 7.8%p 증가했다.
보고서는 "단통법 시행에 따른 ‘지원금 감소’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의 증가로 상쇄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엄밀한 검증 없이 단통법이 전체 이용자의 혜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긍정적 영향과는 별개로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제기된 단통법 폐지의 '원칙'은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말기 유통은 이해 관계자의 흥망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 폐지를 추진하는 데 있어)실제 데이터에 기반한 이용자 중심의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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