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1형 당뇨' 최초 치료…"3개월 만에 인슐린 분비"[사이언스 PICK]

기사등록 2024/10/05 11:01:00

최종수정 2024/10/05 11:06:16

환자 본인 세포 활용한 줄기세포 이식…1년 이상 정상생활 이어가

최초 사례 이후 비슷한 치료 현상 재현 필요…자가면역 회피도 관건

[서울=뉴시스]세계 최초로 본인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한 '줄기세포'를 이식해 1형 당뇨병 치료에 성공한 연구 사례가 나왔다. 사진은 당뇨병 환자가 채혈식 혈당 측정기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021.11.11
[서울=뉴시스]세계 최초로 본인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한 '줄기세포'를 이식해 1형 당뇨병 치료에 성공한 연구 사례가 나왔다. 사진은 당뇨병 환자가 채혈식 혈당 측정기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2021.11.1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본인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한 '줄기세포'를 이식해 1형 당뇨병 치료에 성공한 연구 사례가 세계 최초로 나왔다. 기존에 행해졌던 타인의 췌장 이식체 이식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료 확대를 위한 추가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5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대 연구진 등은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던 25세 여성 A씨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약 3개월 만에 스스로 인슐린을 분비하기 시작했고, 이식 후 1년 이상 지난 뒤에도 A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당뇨병은 크게 1형, 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전체 당뇨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일종의 후천석 당뇨병으로, 흔히 운동부족·비만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질병이다. 체내에서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고 있음에도 세포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혈당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약물 치료와 함께 식습관 조절, 운동 등으로 해나갈 수 있다.

반면 1형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통한 혈당 조절 능력이 체내에서 완전히 상실된 질병이다. 2형 당뇨병과 달리 명확한 발병 원인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신체의 면역계가 췌장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완치가 사실상 불가하고,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인슐린 주사 뿐만 아니라 췌장을 이식해 체내 인슐린 생산 능력을 회복하는 것도 치료법의 하나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체내 면역계가 새로운 췌장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면역계가 '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타인의 세포가 아니라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를 활용했다. 당뇨병 환자의 세포를 추출해 신체 어느 세포 유형으로도 변할 수 있는 다능 상태로 되돌리고, 이를 통해 3D 이식체 클러스터를 생성해 이식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A씨는 복부 근육에 약 150만개의 이식체를 주입했다.

이식 이후 약 3개월여가 지났을 때 A씨는 인슐린 주사 없이도 체내에서 충분한 인슐린이 자가 분비됐고, 1년 이상 이같은 상태를 유지했다. 체내 혈당의 급등·급락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이제 설탕을 먹을 수 있다. 모든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A씨가 줄기세포를 통한 1형 당뇨병 치료의 첫 사례가 되긴 했지만, 아직 줄기세포로 1형 당뇨병을 '완치'했다고 선언하긴 이르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의 의의가 크지만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A씨가 향후 5년 이상 계속해서 인슐린을 자가 분비하는지 확인한 뒤에야 완치로 간주할 수 있고, A씨 외 다른 환자들에게서도 비슷한 치료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A씨가 줄기세포 이식 전에도 간 이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이미 복용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환자 본인 세포로 만든 다능성 줄기세포가 이식체 거부 위험을 줄였는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형 당뇨병은 면역 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만큼 줄기세포 이식체 또한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연구진은 A씨 외에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2명의 환자도 긍정적인 경과를 보이고 있고, 이들 또한 오는 11월 이식 1년 차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이식 대상을 10~2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면역억제제와 관련해서도 줄기세포가 자가면역 반응을 회피할 수 있도록 세포를 지속 개발·설계해나가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실험을 주도한 베이징대 연구진 외에도 각국의 연구진과 제약회사 등이 줄기세포를 활용한 당뇨병 치료 임상 시험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난치병으로 여겨지던 1형 당뇨병 치료의 새 활로가 뚫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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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로 '1형 당뇨' 최초 치료…"3개월 만에 인슐린 분비"[사이언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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