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서장,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
법원 "과실치사상 유죄…나머지 혐의는 무죄"
"소속 경찰 지휘감독할 업무상 주의의무 있어
용산서 실장 금고 2년…서울청 팀장 금고 1년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1심 법원이 금고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30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3팀장에게는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용산서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서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송 전 상황실장은 금고 5년, 박 전 112상황실팀장은 금고 2년6개월, 용산서 관계자 2명은 각각 징역 1년, 1년6개월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사전 대응, 사고 임박, 사고 이후 단계 모두 이 전 서장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경찰의 정보보고와 용산서의 과거 핼러윈데이 치안 유지 상황, 이태원 일대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2022년 핼러윈데이를 맞아 수많은 군중이 밀집으로 인한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에 대해서는 특히 "이태원 일대의 인파 집중과 그로 인한 혼란을 정확히 파악하고 소속 경찰관들을 지휘·감독, 위험이 임박한 상황을 통제, 관리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며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서울 용산구 치안을 담당하는 서장으로 종합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 대응할 책임이 있었다"며 "사고를 충분히 예견하고 인적, 물적 자원을 마련해 대응해야 했음에도 안일한 인식하에 소홀히 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2022년 핼러윈 현장에 예년보다 많은 경찰력을 배치하려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한 점, 이 사건 사실 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관할 구역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해 책임 통감하고 있는 점, 그동안 성실히 근무했고 형사 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1시5분께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음에도 48분 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했다는 허위 내용의 경찰 상황보고서가 작성된 것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이 전 서장은 이날 유죄가 인정됐지만, 법정 구속되진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석을 취소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