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경쟁 과열…시장교란 있나 들여다볼 것"
김범수는 구속·두산은 구조개편 수정…'이복현의 입' 주목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를 둘러싼 시세조종 의혹에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의장이 구속까지 된 데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고려아연 인수전에 칼날을 꺼내 들었다. 에스엠 인수, 두산 그룹 합병 등 이복현 원장이 기업의 인수합병(M&A) 판세에 영향을 미친 전례들이 있는 만큼 재계와 시장도 이복현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복현 원장은 전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있을시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상장사 공개매수 관련자들 간 경쟁이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했다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도 말했다.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가 불필요한 여론전에 당국 경고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행태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해달라"고 지시했다. 풍문, 허위 사실 유포 등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원장의 메시지가 나간 직후에도 MBK와 고려아연 측은 서로를 향해 루머성, 풍문성 정보 유포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즉각 배포했다.
말을 아끼고 있던 이 원장까지 주말 부원장 회의를 통해 경고 메시지를 날리자 시장은 이 원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은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돼 재판까지 받고 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해 매집,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2월16~17일, 27~28일 사이 카카오의 에스엠 집중 매수가 있은 직후인 3월1일 곧바로 인위적 주가 조작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상장법인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자본시장 공정성을 훼손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에스엠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쟁은 현재 MBK·고려아연 못지 않게 치열했다.
다만 김 위원장 측은 지분 경쟁 사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성에 따라 이뤄진 주식 매입일 뿐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지난달엔 이복현 원장이 두산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수차례 정정을 요구, 결국 두산 측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철회했다.
시장에서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소액주주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 원장은 "(증권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꾸준히 정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두산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한편 수조원이 걸린 '쩐의전쟁'을 두고 고려아연과 MBK 양측 공세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리며 인수전의 규모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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