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法 "사고 원인은 인파유입과 군중 밀집"
"구청, 밀집 통제와 군중 해산 권한 없어"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63) 서울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30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 등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최원준(60)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유승재(58) 전 용산구 부구청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의 직접 원인은 다수 인파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 밀집"이라며 "사고 방지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은 다수 인파 밀집을 통제하고 밀집한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 군중을 분산 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수권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 주의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전 대비 대책 마련 단계 ▲사고 임박 단계 ▲사고 발생 이후 단계에서 모두 용산구청의 업무상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전 대비 대책 마련 단계부터 보면, 재판부는 2022년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용산구의 안전관리계획이 미비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재난안전법에 다중운집으로 인한 압사사고가 재난의 유형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다"며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의 상위 수립지침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안전계획 수립 2022년 지침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재난안전법령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에게 어떤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 구청장이 상시 재난상황실 등 재난 대응 조직을 정비·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용산구는 과거부터 재난종합상황실이라는 명칭으로 재난안전법령에 따른 상시 재난 대응 조직을 설치 운영하여 왔음이 확인된다"며 "다른 자치구 등과 비교하여서도 특별히 미흡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사고 임박 단계에서 용산구청의 업무상 과실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피고인들이 사고 장소와 그 일대를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야 할 정도의 특이사항이 경찰이나 소방 등을 통해 전달되지 않았고 현장 미방문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키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오후 9시 당직실 직원에게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의 시위 전단지를 수거하게 해 신고 대응을 제때 못 했다는 검찰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전단지 수거로 당직실의 업무에 구체적으로 어떤 차질이 발생됐는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대응이 실제로 지연됐는지 등에 대한 검찰의 충분한 주장과 입증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용산구청 당직실에서 서울시의 상황 전파 메시지 등을 수신할 때까지 압사사고와 관련된 신고나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고 경찰·소방으로부터도 위험 징후를 전달받고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며 용산구청의 사고 발생 이후 단계에서의 업무상과실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절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또 용산구청의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을 이용해 자신의 사고 현장 도착시각, 재난 대응 내용 등을 허위로 작성해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월15일 결심 공판에서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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