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법조일원화 완화
법관 고령화 불러온 법조일원화…경력 5년 유지
재판 지연 해법 아니라는 지적…"법관 증원 필요"
개정안 통과 계기로 법관 증원 재추진 방침 밝혀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법조일원화 제도가 완화되면서 젊은 판사 수혈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법부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재판 지연 문제 원인으로 지적받아온 법관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요청해왔다.
법원행정처는 제도 완화를 계기로 재판 지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해 온 법관 증원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6일 본회의를 열고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재적 244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2명, 기권 12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한의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통과로 젊은 법관 선발을 막고 있다고 지적받아온 법조일원화 제도가 완화됐다.
법조일원화 제도는 10년 이상의 검사·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선발해 법원 신뢰를 제고하고 재판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1년 도입됐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법조경력 10년 이상 변호사 자격자를 경력법관으로 선발하도록 했지만 이후 개정을 거쳐 2024년까지는 5년 이상의 경력자를 선발하고, 2025년부터는 7년 이상 경력,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선발하도록 했다.
사회 경력이 짧은 젊은 법관들이 사법부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됐지만, 오히려 시행 이후에는 법관 고령화 현상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법관 평균연령은 2013년 39.9세에서 지난해 44.6세까지 상승했다. 신임법관 평균연령도 2013년 29.7세였던 지난해 35.4세로 높아졌다.
법관의 고령화 문제는 재판 지연 문제 원인으로 지적됐다. 오랜 경력을 갖춘 현직 판사들은 과중한 업무 때문에 로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젊은 판사의 유입은 줄어들면서 재판 진행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내년 판사 임용부터 젊은 법관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관 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재판 지연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판 지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법원이 지난 24일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666만7442건으로 전년 대비 약 8.11% 증가했다.
사건이 늘어나면서 재판 처리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지난해 민사 본안사건 1심에서 접수부터 첫 기일까지는 평균 134.7일이 걸렸다. 합의부 사건의 경우 176.6일이 걸렸다. 소장을 접수하고 처음 법정에 서는 날까지 최소 4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판사정원법은 검사정원법과 함께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이 검사 증원에 반대하고,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결국 마지막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바 있다.
검사 탄핵, 특검법 등으로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정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사정원법 개정안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 이후 법관 증원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7일 대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지난 21대 국회에서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이 신속히 개정돼 충분한 재판 인력이 확보됨으로써 당면한 재판지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