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풀리고 침 흘리고"…경찰, 새벽 강남클럽 마약·약물운전 단속[현장]

기사등록 2024/09/28 17:02:07

최종수정 2024/09/28 17:31:49

강남클럽 마약 단속 현장 동행취재

경찰, 쓰레기통·화장실·천장 등 수색

클럽 근처 도로에선 약물운전 단속

1호 약물단속 검사자 훈방조치 귀가

시민 "남이 주는 술은 바닥에 버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1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다. 2024.09.28.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1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있다. 2024.09.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눈이 풀리고 침을 흘리고, 화장실 밖에서 위협적으로 문을 발로 차서 나가 보니 술 취한 거랑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신고했죠 그래서."

토요일인 28일 오전 2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근처에서 만난 박모(23)씨는 클럽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와 친구 김모(23)씨는 놀라서 마약류 투약 의심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마약은 이미 클럽 등 유흥가 깊숙이 스며들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부터 신사동 일대 클럽 1곳을 대상으로 마약 단속을 진행했다. 단속에는 마약수사대 10명, 형사기동대 1개반, 기동순찰대 7명, 서울시청, 강남구청, 강남소방서 등 유관기관에서 29명이 참여했다.

오전 1시43분께 신사동의 한 클럽 앞. 클럽 입구에 약 60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경호원 약 9명이 클럽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거나 안전을 살피고 있었다.

취재진은 경찰, 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신사동의 한 클럽에 진입했다. 클럽에 들어가자 뿌연 연기가 눈 앞에 펼쳐졌다. 연기 사이로 붉은색, 푸른색 조명이 클럽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가득했고, 바닥이 울릴 정도로 큰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1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화장실에서 경찰이 천장, 전등 등에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지 단속하고 있다. 2024.09.28.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1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화장실에서 경찰이 천장, 전등 등에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지 단속하고 있다. 2024.09.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화장실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화장실은 마약류를 숨기는 곳으로 잘 알려졌다. 경찰은 화장실 입구의 쓰레기통을 막대로 뒤지고, 화장실 안에서는 거울 뒤, 천장, 휴지통, 세면대 등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손으로 쓸었다.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했다.

화장실에는 "화장실 2인 이상 출입금지 적발 시 마약 투약 또는 거래 현장으로 간주하여 관할 경찰서로 즉시 인계하오니 이에 사전 경고합니다"라고 적힌 클럽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마약 단속은 클럽 등 유흥업소 마약류 범죄를 단속하고 예방하기 위한 가시적 활동 차원의 단속으로,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단속을 마치고 나온 박원식 강남경찰서 형사2과장은 "마약류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사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장소가 클럽 등 유흥가로 보인다"며 "클럽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마약 범죄의 온상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경찰은 마약류 단속을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2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 도로에서 한 여성이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2024.09.28.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2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 도로에서 한 여성이 음주 측정을 하고 있다. 2024.09.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시각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경찰 약 7명이 한 시간 30분 동안 마약류 등 약물운전 특별단속을 했다. 음주 및 약물운전 단속에 나선 건 강남경찰서가 전국 최초다.

기존 음주 단속은 측정 결과 음주 반응이 없으면 운전자를 보냈지만 음주 및 약물운전 특별 단속은 다르다. 경찰은 갈지자 운전, 급발진, 급제동 등 운전 방식이나 안면홍조, 동공 등을 살피고, 특이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타액형 간이시험 키트인 오랄톡스(OralTox)로 검사를 진행한다.

이날 오전 2시30분께 1호 약물단속 검사자가 나왔다. 한 여성 운전자가 음주단속에 적발돼 갓길에 차를 세우고 오랄톡스를 이용한 검사를 받았다.

여성은 "클럽에 있다가 나왔지만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전날에 마셨고 오늘은 안 마셨다"고 부인했다.

풍선을 불듯 숨을 5초간 몰아 쉰 여성의 1차 측정 결과는 0.02%로 훈방 수치였다. 경찰은 곧이어 침으로 마약류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오랄톡스 측정을 시작했고, 약 10분 뒤 마약류를 투약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은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귀가 조치됐다.

이상범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경찰청에서 추진하는 유흥업소, 클럽 마약 단속과 더불어 약물운전의 문제성을 지적하기 위해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며 "최근 강남경찰서 관내에서 약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여자화장실에 마약류 투약 및 거래를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09.28. now@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우지은 기자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클럽 여자화장실에 마약류 투약 및 거래를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09.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뉴시스 취재진이 신사동의 클럽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클럽 등 유흥가에서의 마약류 투약·유통의 위험성과 단속 필요성에 공감했다. 여성 시민들은 남이 주는 술은 먹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강남구의 클럽에서 약 반년 동안 MD로 일했다는 김모(22)씨는 "클럽 화장실에 2인 이상 들어가면 경호원들이 마약 투약 및 거래 현장으로 인지해서 업장 밖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에서는 모르겠는데 호텔 풀 파티에서 마약 하는 게 없지 않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날 클럽에 다녀왔다는 박모(23)씨는 눈이 풀리고 침 흘리는 사람을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그는 "남이 주는 술을 마셨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바닥에 다 버린다"며 "경찰의 마약 단속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클럽에 간다는 박시형(27)씨도 주는 술을 받아먹지 않고 직접 사 먹는다. 박씨는 "마약 단속에 찬성한다. 말 그대로 저희는 모를 수가 있기 때문에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임의로 꾸준히 단속한다면 더 시민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이 공허해서 사람들이 마약을 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클럽 등 유흥가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358명이다. 2021년 161명, 2022년 454명, 지난해 686명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클럽 등 마약류 사범이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2021년 1.5%에서 2022년 3.7%, 지난해 3.9%, 올해(1∼7월) 4.2%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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