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탄광 일하다 진폐장해 판정, 위로급 불승인 결정
"47년 전 폐광, 기록상 분진작업 참여 확인 어려워"
1·2심 "착암공으로 일했다" 동료 증언 신빙성 인정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0여년 전 탄광에서 일했다가 진폐증 진단을 받았는데도, 객관적인 작업 기록이 없다며 재해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에 대해 법원이 거듭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운 객관적인 기록 대신 함께 일했던 동료 다수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해 원고인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진폐위로금 부지급(불승인) 결정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공단 측 항소를 기각, 1심의 원고 A씨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1963년 3월부터 1968년 5월까지, 1971년 5월부터 1973년 6월까지 금을 채굴하는 광업소 탄광에서 근무했다.
A씨는 '진폐증'을 앓다 2022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진폐장해등급 7급 판정을 받았다. 진폐증은 분진이 오랜 기간 폐에 쌓이면서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주로 탄광 노동자나 일부 건설 노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직업병에 해당한다.
이후 A씨가 관련 법령에 따른 진폐재해 위로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광물 등을 직접 취급해 상시 분진 흡입을 피할 수 없는 작업에 종사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행정심판에서도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착암공'(암반에 구멍을 뚫는 작업자)으로 일해 분진 발생 작업에 해당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진폐 장해 등급을 받아 법에서 정한 진폐재해 위로금의 지급요건을 모두 갖췄다"며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는 A씨와 함께 일한 동료의 법정 증언의 신빙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착암공' 근무 사실이 이미 인정돼 진폐재해 위로금을 지급받은 A씨의 동료는 A씨의 조수로서 1번 갱도 북쪽에서 함께 일한 사실, 당시 근무 교대·식사 시간과 업무 방식 등을 증언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동료이면서도 A씨가 어느 손을 주로 쓰는지 등을 기억하지 못한 점, A씨 사이의 증언 대가 지급 약속 등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1심은 "해당 광업소는 47여년 전 폐광돼 A씨의 주장을 확인할 객관적인 자료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A씨의 법정증언 내용 중에는 작업 환경이나 작업 내용 등과 관련해 경험을 토대로만 가능한 세부 정보나 구체적 묘사가 포함돼 있고 대부분 A씨의 진술 내용과 일치한다. 법정 증언과 증인진술서 기재 내용은 신빙성이 충분히 있고 달리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A씨가 옛 동료에 약속한 증언 대가 주장에 대해서는 "하루 일을 포기하고 증언하는 데 대한 단순한 감사 표시에 불과하다. 허위 증언의 대가로 금품지급을 약속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광업소에서 일한 다른 동료들도 A씨가 분진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한 내용은 1심과 같은 취지이다. 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 또 다른 증인의 증언을 더해 살펴보더라도 1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며 거듭 A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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